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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漢詩/杜甫

登岳陽樓

by 柳川 2020. 5. 26.

                                                        登 岳 陽 樓 

 

 

 

昔聞洞庭水,                                     지난 날 말로만 들었던 동정호,

今上岳陽樓。                                     오늘 악양루에 올랐다.

吳楚東南坼,                                     오나라 초나라가 동남으로 갈라지고, 

乾坤日夜浮。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떠있다.

 

親朋无一字,                                     가족과 친구들 소식 한 장 없고, 

老病有孤舟。                                     늙고 병든 이 몸은 외로운 배에 올랐다.

戎馬關山北,                                     관산 북쪽에 전쟁이 그치지 않으니, 

憑軒涕泗流 。                                    난간에 기대어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노라.

 

 

 

[해설]

 

이 시는 두보 만년의 작품으로, 악주 서문의 악양루에 올라가 장강 중류에 있는, 길이가 800리가 되는 중국 최대의 호수인 동정호를 보고 지은 시다. 두보가 이 시를 지은 후로는 동정호를 소재로 시를 짓는 시인이 드물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지어진 시다.

 

1,2 구

 

昔聞洞庭水,(석문동정수) : 지난 날 동정호에 대해 듣다가

今上岳陽樓.(금상악양누) : 오늘에야 악양루에 올랐다

 

동정호는 그 호수의 규모가 큰 것으로 유명하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아주 이름난 관광지인 셈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다. 두보도 동정호(洞庭水)의 그 뛰어난 장관에 대해서 오랫동안(昔) 익히 들어왔다(聞).

그러나 현실은 소망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일에 바빠서, 때로는 생활고로 그 외 다른 이유로 그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두보도 그런가 보다. 이제야(今) 동정호를 보기 위해 악양루에(岳陽樓) 오르게 되었다(上)고 말하고 있다.

 

동정호는 악루에서 가장 잘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두보는 지금 약양루를 올라가는 것이다.

악양루를 오르는 심경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두보는 말한다.

<今>은 <昔>과 대조되어 이러한 느낌을 느끼게 한다.

나아가 <昔聞>과 <今上>의 대조에서 옛날에는 "간접적으로 소문으로만 들어왔다"이지만 지금은 "직접적으로 내 발로 오르고 있다"고 하여 그 감회를 전하고 있다.

 

여기서 <이제>야 오르게 되었다는 <이제>가 언제인가가 궁금하다.

이 시의 문맥으로 보아, 6구에서 "늙고 병들어서(老病)"라고 말한다.

이것은 결국 그가 만년에 이르러서 왔다는 뜻이다.

그리고 두보가 속한 시대적 배경은 7구에서 "관산 북쪽에는 아직 전쟁 중(戎馬關山北)"이라고 한다.

 

결국 두보는 동정호로 온 것이 편안한 마음에서 관광하러 온 것이 아니라, 어쩌면 피난 다니거나 떠돌아 다니면서 그 여정에 우연히 온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두보가 지금 서 있는 공간과 그 공간에 오게 된 작자의 복잡한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3,4 구

 

吳楚東南坼,(오초동남탁) : 오나라와 촉나라가 동남으로 나눠 있고

乾坤日夜浮.(건곤일야부) :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동정호수에 떠있구나

 

두보는 그 넓은 동정호 호수와 그 주변을 자세히 관찰했다. 물론 그 규모의 장대함은 대단했다. 그 대단한 규모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가 동정호에서 바라볼 때, 오나라 지방은 장강의 하류인 남쪽(南), 초나라 지방은 장강의 동쪽(東)인 중류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장강이 오나라(吳)와 초나라(楚)를 나누고 있다(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악양루는 나라의 경계를 한 번에 볼 정도로 높다는 것이다. 이는 높이를 표현하는 구체적이고 생생하며 그리고 함축적인 표현이다.

 

다음으로 그는 동정호 자체의 크기와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두보는 말하기를, "동정호는 너무 넓어서 동정호 안에 마치 밤낮으로

(日夜) 하늘과 땅이(乾坤) 호수 안에 떠 다니는 것(浮) 같다"고 한다.

하늘과 땅이 떠 있다면 당연히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생물들과 물건들 모두가 그 속에 포함되는 것이다. 얼마나 함축적인 표현인가.

 

흔히 호수는, 그 호수에 자라는 온갖 생물들과 막힘이 없는 물의 속성에서 "널리 포용하는 것"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바다와는 다른 이미지로 "고요하고 맑은 것"의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두보가 본 동정호는 "천지를 포용하고 맑고 평화로운 세계"였던 것이다. 단 열 개의 글자로써 동정호의 이미지를 이렇게 생생하게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여기서는 악양루에서 본 동정호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그 느낌을 간단 명료하게 그리고 있다.

 

5,6 구

 

親朋無一字,(친붕무일자) : 가족과 친구로부터는 한 글자 소식도 없고

老病有孤舟.(노병유고주) : 늙고 병들은 나는 쪽배를 혼자 타고있네

 

여기서 갑자기 시적 분위기가 반전된다. 자신의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다. 넓고 큰 동정호를 보고 느낀 호연지기는 사라지고 왜소하고 처량한 자신의 현실문제로 의식이 집중되는 것이다.

그 만큼 두보의 현실이 절박했는지 모른다. 사실 그 당시 나라 형편은 전쟁 중이었으며, 자신은 그 전쟁으로 인해 떠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현실인 것이다.

 

혼자 떠도는 생활에서 그리운 것은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피를 나눈 가족이나 친척이 우선일 것이며, 오랜 동안 우정을 나눈 친구들도 그리웠을 것이다. 그들의 환한 모습, 그들의 다정한 음성, 그들의 현제의 소식이 그리운 것이다. 그러나 그들로부터는(親朋) 편지 한 장(一字) 없다(無). 어찌 되었을까 죽지는 말아야 하는데, 그래야 나중에 만나지 않겠는가. 항상 염려되고 걱정되는 일이다.

 

그래서 만사 잊고 싶어 찾아온 이 동정호. 그 규모와 아름다움을 에 빠져있는 지금에도, 그들이 문득 생각 난 것이다.

 

더구나 그는 이미 늙고 병들어 있다. 그 늙고 병든 몸(老病)으로 쪽배

(孤舟)에 몸을 태우고 여기 동정호에 혼자 있는(有) 것이다.

 

하늘과 땅을 포용하고 있는 이 크고 넓은 동정호 속에 작은 배에 몸을 의지한채로 온갖 걱정 다 간직하고 늙고 병든 몸으로 초라하게 있는 것이다.

 

여기서는 평화롭고 포용적인 동정호와 대비되는 혼란한 시대환경과 그 시대환경으로 가족과 친지와 떨어져 사는 작자의 불우함이 대조되어 표현되고 있다.

 

7,8 구

 

戎馬關山北,(융마관산배) : 관산의 북쪽 중원 땅은 아직도 전쟁 중이라니

憑軒涕泗流.(빙헌체사류) : 난간에 기대어 한없이 눈물만 흘린다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나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이 생각나는 것이다.

나라의 형편인 것이다. 나라는 지금 혼란에 빠져있다. 국가가 국가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둑 떼의 친입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아직도 제압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인 것이다.

관산(關山)의 북쪽(북(北))인 중원 땅은 아직 전쟁(戎馬)중인 것이다.

이로 인하여 국민은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두보 자신도 그 중의 한 사람인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처지와 나라의 형편을 생각할 때, 악양루 난간에 기댄 작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다.

특히 체(涕)는 눈물을 말하고, 사(泗)는 콧물을 말하니 결국 눈물과 콧물이 범벅되어 흐른다는 것이니, 이는 두보가 마음과 몸이 모두 서럽고 서글퍼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눈 앞에 전개된 넓고 평화로운 동정호를 볼 때, 늙고 병들어 죽을 수 밖에 없는, 짧은 생명을 가진 인간들이 한없이 불상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더구나 탐욕으로 전쟁을 일으켜서 수 많은 백성들을 고통받게 하는 인간들은 얼마나 바보같은가 . 그들은 동정호에 포함된 하늘과 땅의 일부에 불과한 미물(微物)인 것이다.

 

이 시의 주제는 <대자연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왜소함과 잔악함과 애련함>을 노래한 것이라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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