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興
其一。
玉露凋傷楓樹林、 옥같이 영롱한 이슬에 단풍나무 시들고,
巫山巫峽氣蕭森。 무산 무협에 가을 기운이 쓸쓸하다.
江間波浪兼天湧、 강 물결은 하늘에 닿을 듯 용솟음쳐 오르고,
塞上風雲接地陰。 변방에는 풍운이 잔뜩 끼어 음산하다.
叢菊兩開他日淚、 더부룩이 두차례 걸쳐 핀 국화 옛날 생각에 눈물겹고,
孤舟一繫故園心。 외로운 배에 한결같이 묶어둔 것은 고향생각이로다.
寒衣處處催刀尺、 곳곳에서 겨울 옷 짓기를 서두르고,
白帝城高急暮砧。 백제성에서는 황혼에 높은 다듬이 소리 급하네.
巫山 : 四川省 洞部와 湖北省 경계에 있는 산. 巫峽 : 사천성 기주부(夔州府) 봉절현(奉節縣)의 양자강 중류 峽谷.
巫山三峽 : 장강이 무산을 돌아 三峽을 형성하는데 巫峽, 瞿塘峽, 三陵峽이다.
故園 : 故鄕. 刀尺 : 가위와 자. 즉 바느질을 뜻함. 사람의 任免의 비유. 관아의 요리를 맡은 하인.
白帝城 : 중국 쓰촨 성 충칭 시 펑제 현의 장강삼협에 위치한 지명이다. 원명은 자양성(子陽城)이며, 장강삼협 중 구당협(瞿塘峽)의 입
구에 있다. 일찍이 공손술이 이 지역에 성을 쌓고 백제성으로 부른 것이 그 유래이다. 삼국시대 촉한의 건국자 유비가 이릉 전
투에서 오나라에 패해 도주한 곳이 백제성이다. 유비는 후사를 제갈량에 맡긴후 이 성에서 죽었다. <위키백과>
其二。
夔府孤城落日斜、 백제성에 해가 기울면,
每依北斗望京華。 항상 북두칠성에 의지해 서울(長安) 쪽을 바라본다.
聽猿實下三聲泪、 원숭이 울음소리 세번 들으면 눈물흐른다는데,
奉使虛隨八月槎。 절도사 사명(使命) 받들어 부질없이 사신으로 갔었다.
畵省香爐違伏枕、 상서성(尙書省) 향로는 병중의 나와는 거리가 먼데,
山樓粉堞隱悲笳。 산성 누각 성카퀴에 은은하게 슬픈 호가소리 들린다.
請看石上藤蘿月、 바위 위 등나무 덩굴에 걸린 달을 보라.
已映洲前蘆荻花。 이미 모래톱 앞 갈대꽃을 비춘다.
虁府 : 사천성(四川城) 봉절현(奉節縣)의 도시로 백제성이 있다. 虁府孤城 : 白帝城
京華 : 서울, 즉 고향인 長安. 泪 : 눈물 루(누). 淚와 同字. 實 : 이를 지.
三聲泪 : 삼협의 원숭이 울음소리가 구슬퍼 그 울음소리가 세번 들리면 눈물이 옷을 적신다는 고사.
槎 : 나무벨 차/떼 사.. 나무를 베다. 떼. 나무를 비스듬히 자름. 뗏목. 乘槎 : 왕명을 받들고 사신을 가는 것을 말함.
八月槎(팔월사) : 漢나라 때 장건(張騫)이 8월에 뗏목을 타고 황하를 건너 서역에 사신을 간 일을 말함.
또, 매년 8월마다 은하수를 건너 오간다는 전설 속의 뗏목(八月仙槎). 博物志 第10卷에 '옛말에 은하수가 바다와 통해있다고
하였다. 근래에 바닷가에 사는 어떤 사람이 매년 8월이면 뗏목을 타고 오가는데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고 하였다.
畵省 : 상서성의 별칭. 伏枕 : 病中. 臥病.
香爐 : 상서랑이 입직할 때 급시사 두 사람이 향로를 들고 임금을 따라가는 것을 말함. 두보가 일찌기 상서원외랑을 지내 이 말을 쓴 것.
山樓 : 백제성 루각. 粉堞 : 성가퀴. 석회를 바른 성가퀴. 笳 : 갈잎피리 가. 호드기(갈잎피리). 갈대. 비녀. 호가(胡笳, 胡角)
其三。
千家山郭靜朝暉、 천 가구의 산 마을(虁府)이 조용히 아침 햇살을 받는데,
日日江樓坐翠微。 날마다 강가 누대에 앉아 푸른 산을 바라보네.
信宿漁人還泛泛、 이틀 밤을 묵은 어부 또 배를 띄우고,
淸秋燕子故飛飛。 맑은 가을날 변함없이 제비들 날아다닌다.
匡衡抗疏功名薄、 광형을 본받아 소를 올렸으나 뜻 이루지 못했고,
劉向傳經心事違。 유향처럼 경전을 교정하여 전하는 일도 뜻대로 되지 않았도다.
同學少年多不賤、 어린 시절 함께 배우던 소년들 모두 가난에서 벗어나,
五陵衣馬自輕肥。 장안에서 귀하신 몸 되어 있다네.
翠微 : 청록(靑綠)빛의 산색(山色). 산 중턱. 청산(靑山).
信 : 이틀 밤을 자다. 시경(國風/豳風/九罭)에 「公歸無所,於女信處。공이 돌아가는데 묵을 곳이 없으랴. 네게서 이틀 밤을 묵었다. 」는
표현이 있다.
匡衡 ~ : 광형처럼 간언을 하였지만 공명은 낮았다. 두보가 좌습유(左拾遗)로 있을 때 패전으로 파면된 재상 방관(房琯)을 변호하다
숙종(肅宗)의 노여움을 사서 부주(鄜州)의 가족에게 돌아오게 된 사실을 말한다.
광형(匡衡)은 한 나라 때 사람으로 자(字)는 치규(稚圭)로 여러 차례 상소를 올려 시정에 대한 간언하여 공을 인정받았다.
劉向 : 漢의 학자이자 관료. 成帝의 명을 받아 고전의 교정과 정리를 맡아 행하였다. 전국책, 열녀전, 설원등의 저술이 있다.
五陵 : 장안성(長安城) 북쪽에 있는 한대(漢代) 제왕(帝王)의 묘역(墓域). 즉, 수도 장안을 뜻함.
輕肥 : 輕裘와 肥馬. 즉, 높은 벼슬에 올라 부귀를 누린다는 뜻. 논어(雍也 第3章)에 「赤之適齊也, 乘肥馬, 衣輕裘。 적이 제나라를 가
면서 살찐 말을 타고 가벼운 갓옷을 입었다. 」는 文句가 있다.
其四。
聞道長安似弈棋、 듣자니 장안의 형세는 바둑 판 같다는데,
百年世事不勝悲。 백년간의 세상 일이 슬픔을 견딜 수 없네.
王侯第宅皆新主、 왕과 제후의 저택은 모두 주인이 바뀌고,
文武衣冠異昔時。 조정의 문관, 무관의 의관도 옛 모습이 아니로다.
直北關山金鼓振、 기부(虁府) 바로 북쪽 에서 금고소리 진동하는데,
征西車馬羽書馳。 서쪽으로 정벌나간 군대에서는 급보가 날아든다.
魚龍寂寞秋江冷、 어룡은 조용하고 가을 강은 찬데,
故國平居有所思。 장안성 평안하던 때가 그립구나.
似弈棋 : 바둑판 같다. 형세가 어지러워 승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
關山 : 고향의 산. 변방 국경지대 산. 두보는 洗兵馬, 初月에서도 關山이라는 文句를 사용했다. 李白의 시에 關山月이 있다.
羽書 : 지급(至急)을 요하는 公文, 또는 군사상으로 매우 급하게 전하는 보고서나 명령서를 말한다. 옛날 중국에서 매우 급한 일을 전달
하려 할 때에는 날아가듯 빨리 가라는 뜻으로 전령사의 등 뒤에 새 깃털을 꽂아 보낸데서 유래. 羽檄이라고도 함.
故國 : 長安. 즉, 두보의 고향을 말한다.
其五。
蓬萊宮闕對南山、 봉래궁의 궐문은 종남산을 마주보고,
承露金莖霄漢間。 이슬 받는 쟁반의 쇠기둥은 높은 하늘에 솟았네.
西望瑤池降王母、 서쪽을 바라보면 서왕모가 내려와 노닐던 요지가 있고,
東來紫氣滿函關。 동쪽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몰려와 함곡관에 가득했네.
雲移雉尾開宮扇、 구름이 움직이듯 꿩꼬리로 만든 부채가 열리면,
日繞龍鱗識聖顔。 햇살이 곤룡포를 감싸니 황제의 용안을 보았다.
一臥滄江驚歲晩、 장강(長江)가에 누워 한 해가 저물어 감에 놀라,
幾回靑瑣點朝班。 청쇄문 지나 조회에 나간 게 몇 번인가.
承露金莖 : 승로반(承露盤)의 동주(銅柱). 승로반은 漢武帝가 이슬 받는 구리 쟁반을 만드니 높이가 30丈, 크기가 열 아름이었다 한다.
위에 仙人掌(신선의 손바닥)이 있어서 옥잔을 받들어 구름 밖의 이슬을 받는데, 여기에 옥가루를 타서 마시면 장생불사할 수
있다고 한다. 金莖(금경)은 승로반을 받쳐 세우고 있는 구리 기둥을 말한다.
瑤池 : 신선이 사는 못으로 중국 곤륜산(崑崙山)에 있고,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서왕모(西王母)를 만났다는 곳이다. 곤륜산 정상에는
요지(瑤池)란 연못이 있어 밤에 천상에서 신선들이 용이나 기린, 또는 봉황을 타고 내려온다.
王母 : 서왕모(西王母). 중국 전설상의 여신이며, 곤륜산에 산다고 한다. <산해경 서산경>
紫氣 : 상서로운 기운. 서기(瑞氣). 성인(聖人). 친구.
函關 : 函谷關. 노자(老子)가 서쪽으로 함곡관을 나갈 적에, 앞서 관령(關令) 윤희(尹喜)가 천문(天文)을 관측한 결과, 붉은 서기(瑞氣)가
관문 위로 떠 있음을 보고 노자가 푸른 소를 타고 그곳을 통과할 것을 미리 알았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 函谷紫氣)
<史記 卷 六十三 老子韓非列傳>
雲移雉尾開宮扇 : 구름이 움직이는 듯 꿩 깃으로 장식한 둥근 부채가 열린다. 치미(雉尾)는 꿩 꼬리털로 장식한 것을 말하며, 궁선(宮扇)
은 둥근 부채로 천자가 옥좌로 나아갈 때 궁녀들이 부채를 가리고 있다가 여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龍鱗 : 용의 비늘. 황제의 옷은 황룡(黃龍)을 수놓은 옷을 입었는데 이를 곤룡포(袞龍袍)라고 한다.
滄江 : 長江. 靑瑣 : 靑瑣門. 문하성의 궁문이다. 點朝班 : 조정의 반열에서 점고를 받는 것. 照朝班으로 쓴 本도 있음.
其六。
瞿塘峽口曲江頭、 구당협 입구와 곡강의 강어귀는,
萬里風煙接素秋。 아득히 먼 곳 흐릿한 기운이 가을로 이어졌네.
花萼夾城通御氣、 지난날 화악루와 협성에는 황제의 기운이 서렸으나,
芙蓉小苑入邊愁。 부용원은 변방의 우환에 빠졌네.
珠簾繡柱圍黃鵠、 구슬로 만든 발과 오색 기둥은 황곡이 에워싸고 있고,
錦纜牙檣起白鷗。 비산실로 짠 닷줄과 상아로 만든 돛대는 갈매기를 놀라게 하네.
回首可憐歌舞地、 돌이켜 보니 가련하다. 노래하고 춤 추던 곳,
秦中自古帝王州。 장안은 예로부터 제왕들의 마을이었도다.
曲江 : 장안성의 남쪽에 위치한 강으로 명승지이다. 風煙 : 멀리 보이는 공중에 서린 흐릿한 기운. 風塵、煙霧 ; 雲氣.
素秋 : 가을을 달리 이르는 말. 萼 : 꽃받침 악.
花萼夾城 : 화악루(花萼樓)와 夾城. 화악루는 장안(長安) 남내(南內) 흥경궁興慶宮 서남쪽에 있는 누각이며, 협성은 화악루를 거쳐
곡강의 부용원까지 통해 있는 복도.
芙蓉小苑 : 부용원(芙蓉園). 남원(南苑)이라고도하며 곡강 서남쪽에 있었으며 연꽃이 많아 부용원이라 불렀다.
珠簾繡柱 : 珠簾은 구슬을 꿰어 발을 만들어 내린 것. 繡柱 : 오색기둥, 곧, 곡강 행궁 별원의 화려함을 말함. 纜 : 닷줄 람.
錦纜 : 비단으로 꼬아 만든 밧줄. 檣 : 돛대 장. 牙檣 : 상아로 만든 돛대. 錦纜牙檣 : 백성에 대한 학정을 비유해서 쓴 것.
秦中 :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중부 지역이며 당(唐)의 수도 장안(長安)을 가리킨다. 주(周)나라 이후 서울은 장안 쪽에 있었다.
其七。
昆明池水漢時功、 곤명지의 물은 한나라 때 만들어진 것인데,
武帝旌旗在眼中。 무제의 깃발이 보이는 듯하네.
織女機絲虛夜月、 직녀의 베틀과 실은 달밤에 부질없고,
石鯨鱗甲動秋風。 돌고래의 비늘이 가을바람에 움직인다.
波漂菰米沈雲黑、 물결 따라 일렁이는 줄풀 검은 구름 속에 잠긴 듯 하고,
露冷蓮房墮粉紅。 찬 이슬에 연송이 위로 분홍꽃 진다.
關塞極天惟鳥道、 변방의 요새는 하늘에 닿아 오직 험한 산길 뿐인데,
江湖滿地一漁翁。 강호에는 어부 한 사람뿐이네.
昆明池 : 漢나라 때 상림원 안에 있던 여러 호수 중 하나. 漢武帝 원수(元狩) 3년(기원전 120)에 장안 서남쪽에 수군을 훈련할 목적으
로 곤명지라는 인공호수를 만들고 호수의 동서 양쪽에 각각 견우와 직녀의 석상을 세웠다.
織女 ; 곤명지의 직녀 석상. 鱗甲 : 비늘과 껍데기라는 뜻으로, 물고기와 조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비늘.
石鯨 : 곤명지에는 옥돌을 조각해 고래(鯨魚) 모양의 물고기를 만들어 놓았는데, 천둥이 치고 비가 올 때마다 그 물고기는 크게 소리를
내고 지느러미와 꼬리가 모두 움직였다.<西京雜記>
菰 : 줄풀 고, 줄. 포아풀과의 여러해살이 물풀. 蓮房 : 연꽃에서, 연밥이 들어 있는 송이
菰米 : 포아풀과에 속하는 다년 생의 水草. 잎은 자리를 만드는 데 쓰이고 열매와 어린 싹은 식용으로 쓰인다.
關塞 : 변경의 요새. 국경의 중요한 지역에 구축하여 놓은 성채나 방어 시설. 鳥道 : 나는 새만이 갈 수 있을 만큼 좁은 산속 길.
江湖滿地 : 강호 일대. 강호를 떠돌아다니며 쉴 곳이 없음을 말함.
其八。
昆吾御宿自逶迤、 곤오산과 어숙천이 꾸불꾸불 이어지고,
紫閣峰陰入渼陂。 자각봉 그늘은 미피호에 잠겼도다.
香稻啄餘鸚鵡粒、 앵무새는 남은 향기로운 벼 나락을 쪼으고,
碧梧棲老鳳凰枝。 봉황은 벽오동 옛 가지에 둥지를 틀었도다.
佳人拾翠春相問、 미인들은 봄에 비취새 깃털 주으며 서로 안부를 묻고,
仙侶同舟晩更移。 짝들과 함께 배 타고 놀다가 날이 저물자 또 자리를 옮겼네.
彩筆昔曾干氣象、 옛날 한 때는 뛰어난 글 솜씨로 기상이 높았지만,
白頭吟望高低垂。 흰 머리 탄식하며 하늘을 바라보다 고개를 떨구네.
<全唐詩>
昆吾 : 한 무제 때의 상림원(上林苑).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남전현(藍田縣) 서쪽.
御宿 : 어숙천(御宿川). 지금의 섬서성(陝西省) 장안(長安)에 있는 강이름. 渼 : 물놀이 미. 물놀이. 파문. 강(못)이름.
紫閣峰 : 종남산의 한 봉우리.
渼陂 : 섬서성(陝西省) 호현(戶縣) 서쪽에 있는 호수로 당나라 때 명승지. 杜甫가 예전에 잠삼(岑參)의 초청을 받아 미파에 가 노닐면서
장편시 미피행(渼陂行)을 지었다.
拾翠 : 여인의 장신구인 비취새의 깃털을 줍다. 曹植의 洛神賦에 「或采明珠 或拾翠羽」의 文句가 있다.
仙侶 : 동행하거나 같이 노는 사람을 칭찬하여 이르는 말. 彩筆 : 채색하는 데 쓰는 붓. 아름답고 고운 필치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