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惠弘冷齋夜話, 十七八皆其作也。淸婉有出塵之想, 恨不得見本集。近有以筠溪集示之者, 大率多贈答篇。玩味之, 皆不及前詩遠甚。惠弘雖奇才, 亦未免瓦注也。 古語云, ‘見面不如聞名。’ 信矣。 因見潘大臨寄謝臨川一句, 今爲補之。
滿城風雨近重陽,
霜葉交飛菊半黃。
爲有俗雰來敗意,
唯將一句寄秋光。
혜홍의 『냉재야화(冷齋夜話)』를 읽었는데 열 편 중에서 일곱, 여덟 편이 모두 그의 작품이었다. 맑고 아름다워 세속을 벗어난 듯한 생각이 들어, 본집을 보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 하였다.
☞ 瓦注 <莊子外編 達生篇4.>
顔淵問仲尼曰: “吾嘗濟乎觴深之淵, 津人操舟若神. 吾問焉曰: ‘操舟可學耶?’ 曰: ‘可. 善游者數能. 若乃夫沒人, 則未嘗見舟而便操之也.’ 吾問焉而不吾告, 敢問何謂也?” 仲尼曰: “善游者數能, 忘水也; 若乃夫沒人之未嘗見舟而便操之也, 彼視淵若陵, 視舟若履, 猶其車卻也. 覆卻萬方陳乎前而不得入其舍, 惡往而不暇 ! 以瓦注者巧, 以鉤注者憚, 以黃金注者殙. 其巧一也, 而有所矜, 則重外也. 凡外重者內拙.”
안연이 공자에게 물었다. "제가 일찌기 상심의 연못을 건너는데 그 나룻터의 사공이 배를 젓는 모습이 신묘하여 '배 젓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배울 수 있습니다. 수영을 잘 하는 자는 몇번만 저어보면 가능하고 잠수를 잘 하는 사람이라면 배를 보지 않고도 바로 배를 저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방법을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습니다. 감히 묻건대 무었을 말하는 것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수영을 잘하는 자는 몇번만 저으면 가능하다는 말은 물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잠수를 잘하는 사람은 배를 본 적이 없어도 바로 배를 저을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연못을 언덕과 같이 보고 배를 신발과 같이 보며 그가 수레를 몰고 가는 것과 같이 여기니 배가 뒤집이건 물러서건 앞에 온갖 위험이 닥쳐도 그 위험에 빠질 수가 없는 것이다. 어디에 간들 마음의 여유가 없겠느냐. 기와를 걸고 활을 쏘면 교묘하게 맞으며 허리띠의 고리를 걸고 활을 쏘면 어렵게 여겨지고 황금을 걸고 쏘면 혼미해져 잘 맞지 않는다. 솜씨는 한결같지만 재물에 마음이 쏠리는 것은 외물을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무릇 외물을 중히 여기면 내심은 졸렬해진다.
☞ 滿城風雨 :
북송(北宋)의 반대림(潘大臨)은 시 짓기에 뛰어났지만 집안이 아주 가난했다. 임천(臨川)의 사일(謝逸)이 그에게 편지를 보내 물었다. “최근에 새로 지은 시가 있는가?” 대림이 답했다. “가을의 풍경들이야 모두가 아름다운 시 구절이지. 다만 속기(俗氣)가 가려 버리는 것이 한스러운 일이라네. 어제 한가로이 바람을 쐬면서 누워 있는데 숲속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빗소리에 문득 시흥이 일어 벽에다가 ‘성안에 비바람 소리가 가득하니 중양절이 가까웠구나.’라는 구절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세금을 독촉하러 온 사람 때문에 시흥이 깨어져 버렸다네. 이 한 구절밖에 올릴 수가 없구먼.
北宋潘大臨工於詩, 貧甚. 臨川謝逸致書問. 近新作詩否. 大林答云, 秋來景物, 件件是佳句, 恨爲俗氣蔽翳. 昨日淸臥, 聞攪林風雨聲, 遂題壁曰, 滿城風雨近重陽. 忽催租人來, 遂敗意. 只此一句奉寄.
이 이야기는 《냉재야화(冷齋夜話)》에 실려 있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하여 ‘만성풍우근중양(滿城風雨近重陽)’은 가을의 정취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만성풍우’는 마치 비바람 소리가 가득한 것처럼 소문이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어 떠들썩한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사일의 《계당집(溪堂集)》에 의하면 중양절을 나흘 앞둔 날에 비바람이 크게 일어났다고 한다. 그 후 이 구절은 명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의 시에 인용되었다. 사일은 반대림이 죽은 후에 이 구절을 인용하여 〈보망우반대림시(補亡友潘大臨詩)〉 3수를 지어 반대림을 추억했다.
謝逸 <補亡友潘大臨詩>
滿城風雨近重陽、 성안에 비바람 소리가 가득하니 중양절이 가까워졌고,
無奈黃花惱意香。 노란 국화는 향기를 뿜어 사람을 번뇌케 하는구나
雪浪翻天迷赤壁、 하얗게 부서지는 물결 요란하여 적벽도 혼미케 하니
令人西望憶潘郞。 서쪽을 바라보며 반랑(반대림)을 생각하게 한다.
滿城風雨近重陽、 성안에 비바람 소리가 가득하니 중양절이 가까웠어도
不見修文地下郞。 지하에 있는 반대림의 글은 볼 수가 없구나.
想得武昌門外柳、 무창문 밖 버들은
垂垂老葉半靑黃。 오래된 잎 반쯤 누래져 늘어져 있겠구나.
滿城風雨近重陽、 성안에 비바람 소리가 가득하니 중양절이 가까웠구나
安得斯人共一觴。 어찌하면 이 사람과 술 한잔 마실까
欲問小馮今健否、 풍(馮)에게 지금 건재하냐고 물으려 하는데
雲中孤雁不成行。 구름 속 외로운 기러기 줄을 잇지 못하네.
송(宋)의 방악(方岳)과 윤이방(尹異芳)도 반대림을 추억하며 각각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方岳 <九日道中凄然憶潘邠老句>
滿城風雨近重陽、 성안에 비바람 소리가 가득하니 중양절이 가까웠구나
城脚誰家菊自黃。 성밑 집들이 국화 꽃으로 노랗다.
又是江南離別處、 또 이곳은 강남의 이별하는 곳이라
烟寒吹雁不成行。 운무(雲霧)속에 찬바람 부니 기러기도 줄을 잇지 못한다
尹異芳 〈懷人〉
滿城風雨近重陽、 성안에 비바람 소리가 가득하니 중양절이 가까웠구나
偃蹇黃花歷亂香。 오만하게 피어 있는 노란 국화꽃 어지러이 향기를 뿜는다.
落葉秋江迷望眼、 가을 강에 떨어진 낙엽에 눈 둘 곳 몰라
一杯殘酒伴凄凉。 한 잔 남은 술에 처량함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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