湍州北仰巖寺, 距皇都不遠, 山奇水異, 窅然有幽奇之致。僕與隴西湛之, 嘗讀書於此。每日暮憑欄縱目, 漁火明滅, 雲沈烟澹, 茅茨聯屬, 如在武陵源上。將還, 主老挽裾, 請留一字勤懇。
因題壁上云,
前壓滄波後翠巖,
蕭蕭蘆葦半松杉。
謝公遊興唯雙屐,
張翰歸心滿一帆,
只要緱山鞭皓鶴,
不須湓浦泣靑衫。
十洲三島遊遨遍,
自愧飄然骨換凡。
其後二十年, 子眞出按南州, 倦行入憩於是寺。其詩壁半毁, 塵侵苔蝕, 幾不可讀字。
謂傍人, 「雖不以紗籠護之, 不加堊焉幸矣。」
卽設詩板, 親自跋之, 囑三剛勿令墮失。
湍 : 여울 단. 여울. 빠르다. 소용돌이치다. 강이름. 窅 : 움펑눈 요. 움펑눈(움푹 들어간 눈). 으슥하다. 멀리 바라보다. 한적하다.
屐 : 나막신 극. 緱 : 칼자루감을 구.
謝公 : 南朝 宋나라 陽夏사람인 사영운(謝靈運)을 가리킨다. 永嘉太守로 있으면서 산수를 다니며 산수시를 많이 지었다.
張翰 : 晉나라 吳郡사람, 자는 季鷹, 문장가. 齊나라에서 벼슬하여 동조연(東曹掾)이 되었는데, 가을 바람이 불자 오군의 고채(菰菜)ㆍ순
채(蓴鱸) 국과 농어회(鱸魚膾)가 생각나서 벼슬을 내놓고 돌아왔다고 한다.
緱山 : 河南省 偃師縣에 있는 緱嶺 또는 緱氏山. 周靈王의 太子 晉이 직간을 하였다가 폐서인이 된 후 도사 浮丘公을 따라 嵩山에 올라
가 30여년 동안 修道를 한 뒤, 7월 7일 白鶴을 타고 緱山에 내려와 가족과 며칠 머물렀다 갔다고 한다. <列仙傳 王子喬>
湓浦 : 백거이의 琵琶行 서문에 나오는 지명. 「元和十年,我被貶官,做了九江郡司馬。第二年秋天,我在湓浦口送別朋友。」
十洲三島 : 仙家의 十洲三島를 말함. 「海內十州記」에서 祖州、元州、流州、生州、鳳麟州、聚窟州、瀛州、玄州、炎州、長州 등을 十
洲라고 했다. 「神仙傳」에서 三神山은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을 말한다. 이 산들은 발해(渤海) 바다 가운
데 있는데, 신선들이 살고 불사약(不死藥)이 있으며, 새와 짐승이 모두 희고 궁궐이 황금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遨 : 놀 오. 堊 : 백토 악. 백토. 흰빛깔. 희게 칠하다. 악하다. 紗 : 깁 사. 깁. 엷은 견직물. 외가닥의 실. 미미하다. 희미함.
紗籠 : 현판(懸板)에 먼지가 앉지 못하도록 덮어씌우는 천. 여러 가지 빛깔의 깁으로 겉을 바르고 속에는 초를 켜게 하여 자루
를 달아 만든 등.
三剛 (有司): 절의 살림을 맡은 직명(職名).
단주 북쪽에 있는 앙암사는 황도에서 멀지 않은데 산수가 뛰어났고 한적하여 그윽하고 기이한 풍취가 있었다. 내가 농서 이담지와 함께 일찌기 이곳에서 글을 읽었다. 매일 밤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면 고기잡이 배의 불빛이 깜박이며 구름이 낮게 끼고 운무가 피어오르는데 초가집이 연이어 있어 무릉도원에 있는 것 같았다.
돌아오려 하는데 늙은 주지스님이 옷자락을 당기며 한 자 남겨주기를 간곡히 청하였다.
그리하여 벽 위에 글을 썼다.
앞에는 푸른 물결, 뒤에는 비취색 바위,
쓸쓸한 갈대숲에 소나무 전나무가 반이로다.
사공이 노는데 흥을 돋우는 것은 오직 나막신 한 켤레요,
장한이 귀향하려는 마음은 돛단배에 가득하도다.
단지 구산에서 흰 학을 타려 할지언정
분포에서 푸른 적삼에 눈물을 적시지 말지어다.
신선들이 사는 곳을 두루 다니며 놀다가
표연히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려니 스스로 부끄럽네.
20년 후, 자진이 남쪽 고을에 안찰사로 나가게 되었는데 행로에 지쳐 그 절에 들어가 쉬었다. 그 시를 적은 벽이 반쯤 허물어진데다 먼지가 덮이고 이끼가 끼어 거의 글자를 읽을 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사람에게 말했다.
"사롱을 씌워 보호하지는 못했어도 흰 칠을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네."
그리고 즉시 시판을 설치하고 친히 발문을 지었으며 관리인에게 훼손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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