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家作詩多使事, 謂之點鬼薄, 李商隱用事險僻, 號西崑軆, 此皆文章一病。近者蘇黃崛起, 雖追尙其法, 而造語益工, 了無斧鑿之痕, 可謂靑於藍矣。如東坡「見設驥鯨遊汗漫, 憶曾捫虱話悲辛」, 「永夜思家在何處, 殘年知爾爾來情。」 句法如造化生成, 讀之者莫知用何事。山谷云, 「語言少味無阿堵, 氷雪相看只此君。」, 「眼看人情如格五, 心知世事等朝三。」 類多如此。吾友鱀之亦得其妙, 如「歲月屢驚羊胛熟, 風騷重會鶴天寒。腹中早識精神滿, 胸次都無鄙吝生。」
皆播在人口, 眞不愧於古人。
崛 : 우뚝할 굴. 우뚝하다. 산이 홀로 우뚝 솟아 있음. 設 : = 說
驥鯨 : 李白이 스스로 海上騎鯨客이라 하였다. 이태백이 술에 취하여 채석강(采石江)에서 노닐다가 물속의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은 뒤,
고래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속전(俗傳)이 있는데 후에 詩酒를 마음껏 즐기며 호방하게 노니는 문인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唐나라 馬存의 시 燕思亭에 「李白驥鯨飛上天, 江南風月閑多年.」라는 구절이 있다.
汗漫 : 공허하다. 물이 아득히 넓은 모양. 허황하다. 汗 : 땀 한. 땀. 땀 흘리다. 임금의 명령. 윤택하다. 넉넉함. 물이 질펀한 모양.
捫虱 : 전진(前秦)의 왕맹(王猛)이 관중(關中)에 병사를 이끌고 와 있던 동진(東晉)의 대장 환온(桓溫)을 만나 한편으론 천하의 일을 이야
기하면서 한편으론 이를 잡으며 방약무인(捫蝨而言 旁若無人)했다 한다. 「晉書, 王猛傳」
阿堵 : 王夷甫雅尙玄遠, 常嫉其婦貪濁, 口未嘗言錢字. 婦欲試之, 令婢以錢遶牀, 不得行. 夷甫晨起, 見錢閡行, 呼婢曰, 擧却阿堵物.
위진(魏晉) 시대 진(晉)나라의 왕연(王衍)은 자가 이보(夷甫)인데, 서진 말기 귀족 사회에 유행하던 청담(淸談)의 중심인물이었다.
왕이보는 재능이 뛰어나고 용모가 출중하며 성격이 고상해 속된 것을 싫어하여 한 번도 돈이라는 말을 입에 담아 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날 저녁 그의 아내는 왕이보의 입에서 돈이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기 위해 여종을 시켜 그가 잠든 사이 돈을 침대 둘레에 가득
쌓아 두게 했다. 새벽에 잠에서 깬 이보는 돈에 막혀 나갈 수 없자 여종을 불러 말했다. “어서 이것들을 모두 치우도록 해라.
이 이야기는 《세설신어(世說新語) 〈규잠(規箴)〉》에 나온다. ‘아도(阿堵)’는 육조(六朝) 시대의 구어로 ‘이’ 혹은 ‘이것’이라는 뜻이다. ‘아도물’은 ‘이 물건’이란 말인데 왕이보의 일화로 인해 돈의 별칭이 되었다.
此君 : 대나무를 예스럽게 이르는 말. 대나무의 雅稱.
格五 : 놀이의 이름으로, 세 가지 종류가 있음. 첫째, 쌍륙의 한가지로 주사위에 采、白、乘、五의 네 가지가 있어, 五가 나오면 쉬는 놀이.
둘째, 다섯 개의 바둑알을 가지고 서로 말을 하나씩 전진시켜 적을 만나면, 넘어 뛰어 빨리 적진에 이르는 편이 이기는 놀이. 셋째,
오목 놀이.
鱀 : 상어 기. 胛 : 어깨뼈 갑.
羊胛熟 : 세월이 짧고 빠름. 「唐書」 回紇傳에 骨利幹은 瀚海에 있는데, 또 북쪽으로 바다를 건너면 낮은 길고 밤은 짧아 해가 질 때, 羊胛을
구워 익히니 동방이 이미 밝았다 함.
시인들이 시를 지을 때 전고(典故)를 많이 사용하는 것을, 점귀부(點鬼簿)라 하는데, 이상은(李商隱)은 전고를 인용하는 것은 어렵고도 외지다 하여, 서곤체(西崑體)라 불렀으나, 이것은 모두 문장을 짓는 데의 한 병폐이다. 근래에 와서 소동파와 황산곡이 우뚝 솟아, 비록 그 풍조를 따르기는 하지만 그 언어가 더욱 정교해져, 조금도 손질한 흔적이 없으니,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 할만하다. 마치 소동파가, 「고래를 타고 끝없이 넓은 물에서 노닌다는 말을 보고, 일찌기 이[蝨]를 잡으며 비참하고 쓰라린 고생담을 이야기한 것이 떠올리네.」라고 하고, 「긴 긴 밤 고향 생각하니 어디에 있는가? 늙은 나이에 멀리서 온 네 마음 알겠다.」라고 한 것처럼, 구법이 조화를 부린 것 같아서 이것을 읽는 사람들이 무슨 고사를 사용하였는지 알지 못한다.
황산곡이, 「언어에 흥미가 적은 것은 아도가 없기 때문이요, 빙설에도 서로 보는 것은 단지 이 대나무[此君]뿐이로다.」라고 하고, 「눈으로는 인정이 격오같음을 보고, 마음으로는 세상의 일들이 조삼모사같음을 알리로다.」라 했는데 이와 같이 부류가 많다.
나의 친구 기지(耆之 : 林椿), 또한 그 묘를 알았으니, 「세월이 짧고 빠른데 여러번 놀랐고, 시문(詩文)으로 다시 만나니 추운 겨울이로다. 몸에 일찍부터 정신이 가득한 것을 알았고, 마음 속에 비루한 삶 티끌만큼도 없도다.」와 같이, 모두 사람들의 입에 퍼져 있으니, 진실로 옛 사람들과 비교해보아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
☞ 李商隱
이상은은 변려문의 대가이자 당대 말기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두목(杜牧:803~852)과 함께 '만당의 이·두'로 불리며, 온정균과 더불어 '온(溫)·이(李)'라고 병칭되었다. 그의 시가 '서곤'(西崑)으로 불리게 된 것은 북송의 양억(楊億:974~1020) 등이 열심히 이상은을 모방하여 '서곤체'라는 시체가 풍미한 데서 비롯되었다.
변려문체의 대가 영호초의 막료가 되어 그 작문법을 배우고 변려문으로 명성을 얻은 시인이 되었으나, 당 조정의 정쟁에 개입되면서 양측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되어 불우한 삶을 살았다.
변려문(騈儷文)은 대구의 사용을 특별히중시하고, 4자 또는 6자의 句를 많이 쓰며 평측과 押韻을 존중하고, 음조의 아름다움을 살리며 전고(典故; 전례와 고사) 사용을 존중한다.
변(騈)은 2마리의 말이 나란히 수레를 끌고다니는 것을 뜻하고, 려(儷)는 1쌍의 남녀를 뜻한다. 이는 변려문의 문체가 모두 대구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생긴 명칭이다. 변문·변체문이라고도 하며, 당대부터는 변려문이 4자와 6자로 이루어진다고 하여 사륙문(四六文)으로 부르기도 했다.
예로부터 이상은의 시는 난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의 원호문(元好問)은 그의 시에 주석이 없음을 유감으로 여겼으며, 두보(杜甫)·이하(李賀:791~817)·왕건(王建)·이상은은 주가 필요하다는 것도 그 난해함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달제어'(獺齊魚)로 불렀다고 전해지는데, 수달이 잡은 고기를 먹기 전에 깔끔하게 정돈해놓는 것처럼 시를 지을 때는 책으로 주위를 두르고 나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고(典故)를 시 속에 넣은 것은 육조시대 이래의 상투적인 수법이지만, 이상은은 그 기술을 극단으로 추구하여 흔히 쓰지 않는 전고도 서슴지 않았으며, 나아가 그 전고에 대해 자신의 상상력을 섞어넣었다. 이상은 시의 난해함은 그처럼 자신을 감추는 수법 때문이지만, 두 당 사이의 정쟁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간 데 대한 반동으로 나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율시에서 성취가 크며, 영사(詠史) 특히 연애시에 뛰어났다. 두보를 존경하고 이하의 영향을 받았다.
<다음백과>
☞靑於藍
君子曰, 學不可以已. 靑取之於藍, 而靑於藍. 冰水爲之, 而寒於水. 木直中繩, 輮以爲輪, 其曲中規, 雖有槁暴, 不復挺者, 輮使之然也. 故木受繩則直, 金就礪則利. 君子博學而日參省乎己, 則智明而行無過矣. 故不登高山, 不知天之高也. 不臨深谿, 不知地之厚也. 不聞先王之遺言, 不知學問之大也. <荀子. 勸學>
군자는 말한다. 학문이란 중지할 수 없는 것이다. 푸른색은 쪽에서 취한 것이지만 쪽보다 푸르고, 얼음은 물이 (얼어서)된 것이지만 물보다 차다. 나무가 곧은 것은 먹줄에 부합하기 때문이지만, 구부려 바퀴로 만들면 구부러진 형태가 곡척에 부합한다. 비록 볕에 말리더라도 다시 펴지지 않는 까닭은 구부려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무는 먹줄을 받으면 곧게 되고, 쇠는 숫돌에 갈면 날카로워지는 것이다. 군자는 널리 배우고 날마다 거듭 스스로를 반성하여야 슬기는 밝아지고 행실은 허물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높은 산에 올라가지 않으면 하늘이 높은 줄을 알지 못하고, 깊은 골짜기에 가 보지 않으면 땅이 두터운 줄을 알지 못하는 법이다. 선비는 선왕의 가르침을 공부하지 않으면 학문의 위대함을 알 수 없는 것이다.
☞ 소동파의 「姪安節遠來夜坐」
心衰面改瘦崢嶸, 마음 늙고 얼굴 변해 험상궂게 되어
相見惟應識舊聲. 그대 만나보니 옛 고향 말 소리만 기억난다.
永夜思家在何處, 긴 긴 밤 고향 생각하니 어디에 있는가?
殘年知汝遠來情. 늙은 나이에 멀리서 온 네 마음 알겠다.
畏人黙坐成癡鈍, 두려운 것은 묵묵히 않은채 어리석어지는 것.
問舊驚呼半死生. 옛 친구들 물으니 반이 죽었다는데 놀랐다.
夢斷酒醒山雨絶, 꿈 깨고 술기운 사라지고 산비도 그쳤는데
笑看饑鼠上燈檠. 웃으며 굶주린 쥐 등잔대 오르는 것을 바라본다.
朝三 : 朝三暮四.
宋有狙公者, 愛狙, 養之成羣. 能解狙之意, 狙亦得公之心. 損其家口, 充狙之欲. 俄而匱焉, 將限其食. 恐衆狙之不馴於己也, 先誑之曰,
與若芧, 朝三而暮四, 足乎. 衆狙皆起而怒. 俄而曰, 與若芧, 朝四而暮三, 足乎. 衆狙皆伏而喜. 物之以能鄙相籠, 皆猶此也. 聖人以智
籠群愚, 亦狙公之以智籠衆狙也. 名實不虧亏, 使其喜怒哉. <列子, 黃帝.>
勞神明爲一, 而不知其同也, 謂之朝三. 何謂朝三. 曰, 狙公賦芧, 曰, 朝三而暮四, 衆狙皆怒. 曰, 然則朝四而暮三, 衆狙皆悅. 名實未虧,
而喜怒爲用, 亦因是也. 是以聖人和之以是非, 而休乎天釣, 是之謂兩行. <莊子. 齊物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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