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君公襲居貧嗜酒。客至無以飮, 求酒於靈通寺僧, 用皤腹山罇, 盛以泉水, 封纏甚牢固送之。朴公初見喜曰, 「此器可受二斗許。昔陳王斗酒十千宴於平樂, 杜子美亦曰, 『還須相就飮一斗, 恰有三百靑銅錢。』 今吾二人不費一錢, 而得美酒各飮一斗, 則酣適之興不减於古人。」 開視之乃水也。
恨眼目不長, 落老胡計中, 作詩寄之曰,
有客來相過,
囊中欠一錢。
分爲廬岳酒,
浪得惠山泉。
似虎林中石,
如蛇壁上弦。
屠門猶大嚼,
何况對樽前。
僧見詩更以美酒酬之。
皤 : 머리센모양 파/말 옆걸음칠 반. 머리 센 모양. 희다. 배가 불룩하고 살찐 모양. 벌레, 물고기 따위의 아랫배의 흰 부분. 풍족한 모양.
罇 : 술독 준. 술독. 牢 : 굳다. 견고함.
昔陳王 ~ : 「陳王昔時宴平樂, 斗酒十千恣歡謔。」 李白의 시 「將進酒」에 나오는 詩句.
還須相就飮一斗 : 杜甫의 시 「偪側行」의 末尾에 나오는 구절로 앞 2字가 바뀌어 쓰였다. 「速宜相就飮一斗, 恰有三百靑銅錢。」
老胡 : 늙은이.
廬岳酒 : 廬岳은 강서성 廬山인데, 東晋의 高僧 惠遠이 여산 東林社에서 18인의 현인들과 白蓮社를 결성하고 陶淵明을 불렀는데 도연명
이 "나에게 술마시는 것을 허락한다면 즉시 가겠다." 하여 이을 허락했다는 고사가 있음.
惠山泉 : 강소성 무석현에 있는 샘물, 惠山 밑에 세 못(池)이 있는데, 맑고 맛이 좋다 한다. 인근 주민들이 그 샘물로 술을 빚어 혜천주(慧
泉酒)라 했는데, 맛이 淸冽하다고 하며, 또 그 물로 차를 달이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 한다.
박공습군은 가난하게 살았지만 술 마시기를 좋아하였다. 손님이 찾아왔는데도 마실만한 것이 없자, 영통사의 승려에게서 술을 구하였는데, 배가 산처럼 불룩한 술독에 샘물을 가득 채운 다음, 노끈으로 아주 단단하게 묶어서 보냈다.
박공이 처음에 보고 기뻐하며 말했다.
"이 그릇은 두 말쯤은 넣을 수 있겠구나. 옛날에 진왕(陳王)은 한 말에 일만 전이나 하는 좋은 술로 평락전에서 연회를 열었고, 두자미도 말하기를, '돌아가면 모쪼록 서로 한 말씩 마시세. 마침 청동전 삼백전이 있으니까.'라고 하였다네. 지금 우리 두 사람은 일전도 쓰지 않고 좋은 술을 얻었으니, 각각 한 말씩을 마신다면, 그 감흥이 옛 사람들과 비교해서 떨어지지 않을 걸세."
그러나 그것을 열어 보니 물이었다.
안목이 좋지 못해서, 늙은이의 계략에 떨어진 것을 恨하고, 시를 지어 보냈다.
손님이 찾아 왔는데,
주머니에 돈 한 푼 없구나.
여악주를 나누어 마시려 했는데,
어리석게도 혜산의 샘물을 얻었네.
호랑이 같은 것은 숲 속의 돌이었고,
뱀 같은 것은 벽에 걸린 활이었네.
푸줏간 앞에서는 오히려 입을 크게 벌려 씹는데,
하물며 술통 앞에서는 어찌하였겠는가?
중이 그 시를 보고서, 다시 좋은 술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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