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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歷史와文學/列國志

第二回. 褒人贖罪獻美女, 幽王烽火戲諸侯.

by 柳川 2021. 3. 22.

第二回. 褒人贖罪獻美女, 幽王烽火戲諸侯.

 

 

話說宣王自東郊遊獵,遇了杜伯左儒陰魂索命,得疾回宮,合眼便見杜伯左儒,自知不起,不肯服藥。三日之後,病勢愈甚。其時周公久已告老,仲山甫已卒。乃召老臣尹吉甫、召虎託孤。二臣直至榻前,稽首問安。宣王命內侍扶起。靠於繡褥之上,謂二臣曰:「朕賴諸卿之力,在位四十六年,南征北伐,四海安寧。不料一病不起!太子宮涅,年雖已長,性頗暗昧,卿等竭力輔佐,勿替世業!」  二臣稽首受命。方出宮門,遇太史伯陽父。召虎私謂伯陽父曰:「前童謠之語,吾曾說過恐有弓矢之變。今王親見厲鬼操朱弓赤矢射之,以致病篤。其兆已應,王必不起。」 伯陽父曰:「吾夜觀乾象,妖星隱伏於紫微之垣,國家更有他變,王身未足以當之。」 尹吉甫曰:「『天定勝人,人定亦勝天。』 諸君但言天道而廢人事,置三公六卿於何地乎?」言罷各散。不隔一時,各官復集宮門候問,聞御體沈重,不敢回家了。是夜王崩。姜后懿旨,召顧命老臣尹吉甫、召虎,率領百官,扶太子宮涅行擧哀禮,即位於柩前。是爲幽王。詔以明年爲元年,立申伯之女爲王后,子宜臼爲太子,進后父申伯爲申侯。

 

告老 : 벼슬하던 사람이 늙어서 벼슬을 그만두고자 청함. 노령으로 퇴직하다.    榻前 ; 왕의 자리 앞.   不料 : 뜻밖에, 의외에.

靠 : 기댈 고. 기대다. 의지함. 맡김. 어긋나다. 배반함.   捏 : 개흙 녈(열)/개흙 날.  厲鬼 : 제사를 받지 못하는 귀신, 寃鬼.

乾象 : 하늘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나 일월성신이 돌아가는 이치.          懿旨 : 예전에, 왕비나 왕세자의 명령을 이르던 말

  

 

선왕이 동쪽 교외로 사냥을 나가서,  두백과 좌유의 혼령을 접하여 목숨을 돌려달라는 말을 들은 후,  병을 얻어 회궁하였는데, 잠을 자려고 해도 눈을 감으면 곧바로 두백과 좌유의 모습이 나타나 스스로 일어나지 못할 것임을 알고는 약을 복용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3일이 지나자 병세가 더욱 심해졌다.  그 때 주공은 이미 노령으로 퇴직한지 오래 되었고, 중산보도 이미 죽었다. 그리하여 노신 윤길보, 소호를 불러 후사를 부탁하려고 했다. 두 신하는 곧바로 탑전에 이르러 머리를 조아리며 문안을 드렸다.

선왕은 내시에게 명하여 부축해서 일으키게 하고는 비단 보료위에 기대어 두 신하에게 말했다. 

"짐은 경들이 힘쓴 덕택에 46년동안 왕위에 있으면서 남정북벌하여 사해를 편안하게 하였소.  뜻밖에 한번 병에 걸렸는데 일어나지 못할 것 같소.  태자 궁날은 나이가 이미 많다고는 하나 성정이 매우 우매하니 경들이 힘을 다하여 보좌해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왕업이 바뀌지 않도록 해주시오."

두 신하는 머리를 조아리며 명을 받았다. 막 궁문을 나서다가 태사 백양보를 만났다. 

소호가 은밀하게 백양보에게 말했다. "전날 동요가 하는 말에 내가 일찍이 궁시지변이 있을까 두렵다고 말하였소. 지금 왕께서 직접 원귀가 붉은 활로 쏜 붉은 화살을 맞아 병이 위독하기에 이르렀소. 그 조짐에 부응한 것이니 왕은 반드시 일어나시지 못할 것이오."

백양보가 말했다. "내가 밤에 건상을 보건대 요사스러운 별이 자미원에 은밀히 엎드려 있었는데 나라에 또 다른 변고가 있을 것이오. 왕의 몸이 감당치 못할 것이오."

윤길보가 말했다. "'하늘이 정한 것은 사람이 어쩔 수 없으며, 사람이 정한 것 또한 하늘이 어쩔수 없다.' 는 말이 있는데 그대들은 단지 천도를 말하며 사람의 일을 폐하려고 하니, 삼공육공의 자리를 어디에 두겠소?" 

말을 마치자 각자 흩어졌다. 한 시각도 지나지 않아  각 관원들은 다시 궁문에 모여 선왕의 안부를 물었는데, 들리는 바로는 어체가 점점 위중해진다고 하여 감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날 밤 선왕이 붕어하였다.  강후는 의지를 내려 고명을 받은 노신인 윤길보와 소호를 불러 백관을 거느리고 태자 궁날을 도와 장례를 치르며 관 앞에서 즉위하게 하였다.  그가 바로 유왕(幽王)이다.  유왕은 조서를 내려 다음해를 원년으로 하고 신백의 딸을 세워 황후로 삼고, 아들 의구를 태자로 삼으며, 왕후의 부친인 신백의 등급을 올려 신후로 삼았다.     

 

 

 

史臣有詩贊宣王中興之美云:

 

於赫宣王,令德茂世。

威震窮荒,變消鼎雉。

外仲內姜,克襄隆治。

干父之蠱,中興立幟。

 

蠱 : 미혹할 고. 미혹하다. 호림. 해독. 벌레. 악기(惡氣). 사악한 기운. 남을 해하려는 굿. 의심하다. 신칙하다. 일. 쌀겨.

 

 

사관(史官)이 시를 지어 선왕의 중흥을 훌륭하다고 칭찬하였다.

 

오, 빛나는 선왕이여! 아름다운 덕은 세상을 넉넉하게 하였고.

위엄은 변방에까지 진동하여, 꿩이 솥 손잡이에서 우는 변고를 없앴다. 

밖의 일에는 중산보, 안의 일은 강후가 있어 큰 정치를 이룰 수 있었으며. 

부대(父代)의 사악한 기운을 막고, 중흥의 기치를 세웠도다.  

 

 

鼎稚 :  殷나라 왕 무정이 성탕에게 제사를 올린 다음 날 꿩이 날아와서 정(鼎)의 손잡이에 앉아 울었다는 고사.

         

帝武丁祭成湯, 明日, 有飛雉登鼎耳而呴, 武丁懼. 祖己曰, 「王勿憂, 先修政事.」 祖己乃訓王曰, 「唯天監下典厥義, 降年有永有不永, 非天夭民, 中絶其命. 民有不若德, 不聽罪, 天旣附命正厥德, 乃曰其奈何. 嗚呼! 王嗣敬民, 罔非天繼, 常祀毋禮于棄道.」 武丁修政行德, 天下咸驩, 殷道復興. <史記 卷三. 殷本記>

 

 

 

卻說姜后因悲慟太過,未幾亦薨。幽王爲人,暴戾寡恩,動靜無常。方諒陰之時,狎昵群小,飮酒食肉,全無哀戚之心。自姜后去世,益無忌憚,耽於聲色,不理朝政。申侯屢諫不聽,退歸申國去了。也是西周氣數將盡,尹吉甫、召虎一班老臣,相繼而亡。幽王另用虢公、祭公與尹吉甫之子尹球,並列三公。三人皆讒諂面諛之人,貪位慕祿之輩,惟王所欲,逢迎不暇。其時只有司徒鄭伯友,是個正人,幽王不加信用。一日幽王視朝,岐山守臣申奏:「涇、河、洛三川,同日地震。」 幽王笑曰:「山崩地震,此乃常事,何必告朕。」 遂退朝還宮。太史伯陽父執大夫趙叔帶手歎曰:「三川發原於岐山,胡可震也!昔伊洛竭而夏亡,河竭而商亡。今三川皆震,川源將塞,川旣塞竭,其山必崩。夫岐山乃太王發跡之地,此山一崩,西周能無恙乎?」 趙叔帶曰:「若國家有變,當在何時?」 伯陽父屈指曰:「不出十年之內。」 叔帶曰:「何以知之?」 伯陽父曰:「善盈而後福,惡盈而後禍。十者,數之盈也。」 叔帶曰:「天子不恤國政,任用佞臣,我職居言路,必盡臣節以諫之。」 伯陽父曰:「但恐言而無益。」 二人私語多時,早有人報知虢公石父。石父恐叔帶進諫,說破他奸佞;直入深宮,都將伯陽父與趙叔帶私相議論之語,述與幽王,說他謗毁朝廷,妖言惑眾。幽王曰:「愚人妄說國政,如野田洩氣,何足聽哉!」

 

諒陰 : 임금이 부모의 상중(喪中)에 있을 때 머무는 방. 또는 그 기간.    昵 : 친할 닐. 친하다. 친숙해짐. 측근. 先考. 아비의 사당. 접착제. 

另 : 헤어질 령. 헤어지다. 가르다. 분리함. 따로, 그밖에.    逢迎 : 남의 뜻을 맞추어 줌. 아첨하다. 영합하다.

發跡 : 뜻을 이루다. 입신출세하다.   屈指 : 여럿 가운데에서 손가락을 꼽아  만큼 뛰어남. 어떤 것을  , 손가락을 꼽아 헤아림.

 

 

한편 강후는 비통함이 너무 지나쳐 얼마 되지 않아 또한 세상을 떠났다.  유왕은 사람됨이 사납고 은혜를 베푸는데 인색하며, 행동거지가 일정하지 않았다. 상중인데도 측근과 하찮은 사람들과 희롱하며 놀면서 술을 마시며 고기를 먹는등 슬퍼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강후가 세상을 떠난 때부터는 더욱 거리낌이 없어져 가무와 여색에 빠져 국정을 다스리지 않았다. 신후가 거듭 간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신나라로 돌아가 버렸다.  서주의 기수가 다하여 윤길보, 소호와 한 무리의 노신들이 줄줄이 세상을 떠났다. 

유왕은 특별히 괵공, 제공과 윤길보의 아들 윤구를 모두 삼공의 반열에 올렸다. 세사람은 모두 참소하고 아첨하며 비위만 맞추고 지위를 탐하며 봉록만 바라는 무리였기 때문에, 오직 왕이 하려고 하는 일을 받드느라 쉴 틈이 없었다.  그 때 사도로 정백우가 있었는데 이 사람은 본래 바른 사람이었으나 유왕은 더이상 신뢰하지도 기용하지도 않았다. 

어느 날 유왕이 조회를 보는데 기산을 지키는 신하가 아뢰었다. "경수, 하수, 낙수 세 하천에서 같은 날 지진이 있었습니다."

유왕이 웃으며 말했다. "산이 무너지고 지진이 있는 것, 이것은 항상 있는 일인데 꼭 짐에게 보고해야 할 일인가?" 

마침내 유왕은 조회를 마치고 환궁했다.

태사 백양보는 대부 조숙대의 손을 잡고 탄식하며 말했다. "기산은 세 하천이 발원하는 곳인데 어찌 지진이 있을 수 있는가. 옛날 낙수가 마르자 하나라가 망했고, 하수가 마르자 상나라가 망했소, 지금 세 하천에서 모두 지진이 발생하였으니 하천의 근원이 막히게 될 것이고, 하천이 막히게 되면 기산이 반드시 무너질 것이오. 기산은 태왕께서 뜻을 이루신 땅인데 이 산이 한번 무너지면 서주는 별탈 없겠소?" 

조숙대가 물었다. "나라에 변란이 일어난다면 어느때입니까?"

백양보가 손가락을 꼽아보고 말했다. "10년을 벗어나지 않고 그 이내일 것이오,"

조숙대가 물었다. "그것을 어떻게 압니까?"

백양보가 대답했다. "선(善)이 가득 차면 복이 뒤따르고 악(惡)이 가득 차면 화가 뒤따르는 것이오. 열(十)이라는 것은 수가 가득 찬 것이오."

조숙대가 말했다. "천자께서 국정을 돌보지 않고 간사하고 아첨을 잘하는 신하를 임용하시는데 나의 직무가 언로에 있는만큼 반드시 신하의 법도를 다하여 간하겠습니다."  

백양보가 말했다. "다만 말해봤자 쓸모없을까 두렵소."

두 사람이 오랜 시간 은밀하게 대화를 하고 있는데 재빨리 괵공 석보에게 보고한 자가 있었다. 석보는 진숙대가 유왕에게 간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그의 대화내용을 유왕에게 일러 바치고 아첨을 하고자 바로 궁으로 들어가 백양보와 조숙대가 은밀히 의론했던 내용을 모두 유왕에게 알리고 그들이 조정을 비방하고 헐띁으며 요언으로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킨다고 하였다. 

유왕이 말했다. "어리석은 자들이 함부로 국정을 말하는 것은 들에서 기운이 오르는 것과 같은데 어찌 들을만 하겠소!."

 

 

 

卻說趙叔帶懷著一股忠義之心,屢欲進諫,未得其便。過了數日,岐山守臣又有表章申奏說:「三川俱竭,岐山復崩,壓壞民居無數。」 幽王全不畏懼;方命左右訪求美色,以充後宮。趙叔帶乃上表諫曰:「山崩川竭,其象爲脂血俱枯,高危下墜,乃國家不祥之兆。況岐山王業所基,一旦崩頹,事非小故。及今勤政恤民,求賢輔政,尙可望消弭天變。奈何不訪賢才而訪美女乎?」 虢石父奏曰:「國朝定都豐鎬,千秋萬歲!那岐山如已棄之屣,有何關係?叔帶久有慢君之心,借端謗訕,望吾王詳察。」  幽王曰:「石父之言是也。」  遂將叔帶免官,逐歸田野。叔帶歎曰:「危邦不入,亂邦不居。吾不忍坐見西周有『麥秀』之歌!」 於是攜家竟往晉國。(是為晉國大夫趙氏之祖,趙衰、趙盾即其後裔也。)後來趙氏與韓氏三分晉國,列為諸侯。此是後話。

 

弭 : 활 미. 활, 각궁(角弓). 활고자. 시위를 매는 활의 양끝. 그치다. 중지함. 잊다. 편안하게 하다. 따르다. 복종함. 드리우다. 늘어뜨림.

屣 : 신 사(시). 신. 슬리퍼 비슷한 짚신. 짚신짝으로 여기다. 쓸모없음.    借端 : 트집을 잡다. 핑계하다. 구실삼다.

危邦不入,亂邦不居 : 論語 泰伯 第13章에 나오는 文句.

麥秀 : 麥秀歌, 麥秀之歎. 은나라 주왕이 무왕에게 멸망당한 후, 箕子가 殷나라의 도읍을 지나며, 고국은 망했고 옛 궁실은 폐허가 되어 보리밭이 되어 이삭이 패었음을 보고 이에 탄식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 麥秀漸漸兮. 禾黍油油兮. 彼狡童兮. 不與我好兮. <史記 宋微子世家> 

     

 

한편 조숙대는 한가닥 충의지심을 품고 있어 누차 유왕에게 간언을 올리고자 했으나 기회를 잡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자 기산을 지키는 관리가 표를 올려 아뢰었다. "세 하천이 모두 마르고 기산이 다시 무너져, 무너진 산에 깔린 백성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유왕은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고 좌우에 명하여 미녀를 널리 구해 후궁을 가득 채우도록 하였다.

조숙대가 표를 올려 간했다. "산이 무너지고 하천이 마르는 것은 기름기와 피가 모두 마르고 위에 있는 것이 아래로 추락하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며 이것은 나라의 상서롭지 못한 조짐입니다. 기산은 왕업의 기초가 된 곳인데 하루 아침에 무너진 것은 작은 사고가 아닙니다. 지금은 정사에 힘쓰고 백성을 돌볼 때이며, 현명한 인재를 찾아 정사를 돕게 한다면 아직도 하늘이 내린 변고가 그칠 가망이 있습니다. 어찌 현명한 인재를 널리 구하지 않고 미녀만 널리 구하십니까?"

괵공 석보가 이뢰었다. "조정에서 도읍으로 정한 풍호는 천추만세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 기산은 이미 쓸모없는 짚신짝이나 마찬가지인데 무슨 상관입니까? 조숙대는 오랫동안 군주를 업신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트집을 잡아 비방하고 헐뜯는 것이니 왕께서는 자세히 살피소서."

유왕이 말했다. "석보의 말이 옳도다." 마침내 조숙대의 관직을 면직시키고 전야로 쫒아버렸다. 

조숙대가 탄식하머 말했다.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고 어지러운 나라에서는 머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서주에 '맥수'의 노래가 있는 것을 차마 앉아서 볼 수가 없구나!"

이리하여 가솔을 이끌고 마침내 진(晉)나라로 떠났다. 이 자는 진나라의 대부 조씨의 시조가 되었는데 조최(趙衰), 조순은 바로 그의 후예이다. 훗날에 와서 조씨는 한씨, 위씨(魏氏)와 더불어 진나라를 삼분 통치하였으며 제후의 반열에 올랐는데 이것은 후일의 이야기이다.

 

 

後人有詩歎曰:

忠臣避亂先歸北,

世運凌夷漸欲東。

自古老臣當愛惜,

仁賢一去國虛空。

 

凌夷 : 쇠약해지다. 내리막길을 걷다.

 

 

후인이 시를 지어 탄식하였다. 

 

충신은 난을 피해 먼저 북쪽으로 돌아가고,

세상의 운세는 쇠약해져 점점 동쪽으로 가려하는구나.

옛부터 노신은 아끼는 것이 마땅한데도,

어질고 현명한 자 모두 떠나니 나라는 텅 비었구나.

 

 

卻說大夫褒珦,自褒城來,聞趙叔帶被逐,急忙入朝進諫:「吾王不畏天變,黜逐賢臣,恐國家空虛,社稷不保。」 幽王大怒,命囚珦於獄中。自此諫諍路絶,賢豪解體。

  

話分兩頭。卻說賣桑木弓箕草袋的男子,懷抱妖女,逃奔褒地,欲行撫養,因乏乳食。恰好有個姒大的妻子,生女不育,就送些布疋之類,轉乞此女過門。撫養成人,取名褒姒。論年紀雖則一十四歲,身材長成,倒像十六七歲及笄的模樣。更兼目秀眉清,唇紅齒白,髮挽烏雲,指排削玉。有如花如月之容,傾國傾城之貌。一來姒大住居鄕僻,二來褒姒年紀幼小,所以雖有絶色,無人聘定。

 

恰好 : 바로, 대마침, 마침, 마침 잘, 적당하다. 알맞다. 

 

 

한편, 대부 포향은 포성으로부터 와서 조숙대가 쫒겨났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조정에 들어가 간했다.

"왕께서 하늘이 내린 변고를 두려워하지 않으시고 어진 신하를 내쫒으시니 나라가 텅 비어 사직을 보전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이에 유왕이 크게 노하여 명을 내려 포향을 옥에 가두었다.  이때부터 왕에게 간하는 언로가 끊기고, 현명하고 뛰어난 인재의 무리(群)가 해체되었다.

 

말이 두갈래로 나뉜다. 뽕나무 활과 기초전대를 팔던 사내는 요사스러운 여아를 안고 포 땅으로 도망하여, 아이를 귀여워 하며 잘 기르려 하였으나 먹일 젖이 부족했다. 때마침 사대(姒大)라고 하는 자의 아내가 딸을 낳았으나 기르지 못했는데 약간의 무명등속을 보내고 그 아이를 받아들여 키워줄 것을 부탁하였다. 아이를 잘 키워 성인이 되자 이름을 포사(褒姒)라고 지었다. 나이를 말한다면 즉 14세이지만 오히려 16~7세의 모습이고 비녀를 꽂아야 할 상황이었다.  또 눈매가 아름답고 붉은 입술에 하얀 치아, 머릿결은 검은 구름을 끌어다 놓은 것 같고 손가락은 옥을 깎아 배열한 것 같있다. 꽃같고 달같은 용모,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성을 위태롭게 할 경국지색, 경성지색의 미모였다. 

그러나 사대가 시골의 후미진 곳에서 살았고, 또 포사의 나이가 어려 절색의 미모가 있었다 할지라도 사람들이 청혼하는 자가 없어 혼사를 정하지 못했다.

    

 

 

卻說褒珦之子洪德,偶因收斂,來到鄉間。湊巧褒姒門外汲水,雖然村妝野束,不掩國色天姿。洪德大驚:如此窮鄕,乃有此等麗色!因私計:「父親囚於鎬京獄中,三年尙未釋放。若得此女貢獻天子,可以贖父罪矣。」 遂於鄰舍訪問姓名的實,歸家告母曰:「吾父以直諫忤主,非犯不赦之辟。今天子荒淫無道,購四方美色,以充後宮。有姒大之女,非常絶色。若多將金帛買來獻上,求寬父獄,此散宜生救文王出獄之計也。」 其母曰:「此計如果可行,何惜財帛。汝當速往。」  洪德遂親至姒家,與姒大講就布帛三百疋,買得褒姒回家。香湯沐浴,食以膏粱之味,飾以文繡之衣,教以禮數,攜至鎬京。先用金銀打通虢公關節,求其轉奏。言:「臣珦自知罪當萬死。珦子洪德,痛父死者不可復生,特訪求美人,名曰褒姒,進上以贖父罪。萬望吾王赦宥!」  幽王聞奏,即宣褒姒上殿。拜舞已畢。幽王抬頭觀看,姿容態度,目所未睹;流盼之際,光豔照人。龍顔大喜。(四方雖貢獻有人,不及褒姒萬分之一。)遂不通申后得知,留褒姒於別宮,降旨赦褒珦出獄,復其官爵。是夜幽王與褒姒同寢,魚水之樂,所不必言。自此坐則疊股,立則並肩,飮則交杯,食則同器。一連十日不朝。群臣伺候朝門者,皆不得望見顔色,莫不歎息而去。

 

湊巧 : 공교롭다. 마침, 때마침.   湊 : 모일 주. 모이다. 合水하는 곳. 항구, 달리다. 나아감. 피부. 살결. 향하다. 

 

 

한편 포향의 아들 홍덕은 우연히 세금을 받으러 그 마을까지 왔었다. 공교롭게도 포사가 문밖에서 물을 긷고 있었는데 비록 촌스럽게 꾸미고 시골에서 조신하게 지내고 있었다 해도 경국지색의 타고난 용모는 가리지 못했다. 홍덕이 매우 놀랐다. 이와 같이 외진 시골에서 이런 미인이 있다니! 

이 사실로 인하여 은밀히 계책을 세웠다. "아버님이 호경에서 옥중에 갖혀 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도 석방되지 않고 있다. 이 여인을 얻어 천자에게 바친다면 아버님의 죄를 속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이웃집에 들어가 이름과 실상을 묻고는 집에 돌아가 모친에게 고했다. 

"아버님이 직간하여 군왕의 노여움을 샀지만 용서 받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것도 아닙니다. 지금 천자는 황음무도하여 현상금을 걸고 사방에서 미녀를 구하여 후궁을 채우고 있습니다.  사대라는 자의 딸이 있는데 예사롭지 않은 뛰어난 미녀입니다. 많은 금백으로 사들여 와서 왕에게 바친다면 아버님을 옥에서 구할 수 있으니, 이것은 산의생이 문왕을 구해 감옥에서 나오게 했던 계책입니다."    

그 모친이 말했다. "그 계책이 과연 행해질 수 있다면 어찌 재물과 비단을 아끼겠느냐. 네가 빨리 떠나는 것이 마땅하다."

홍덕은 마침내 친히 시대의 집에 가서 시대와 협상끝에 포와 비단 300필을 주고 포사를 사들여 집으로 돌아갔다. 향을 넣어 달인 물에 목욕시키고 고량진미의 음식을 먹이며 무늬를 수놓은 비단 옷으로 꾸미고 예법을 가르친 후, 호경으로 데리고 갔다.  

먼저 금은을 써서 괵공과 통한 후, 유왕에게 아뢸일이 있을 때, 상주문을 전해 주도록 부탁했다. 

내용은 이렇다.

"신 포향은 스스로 죄가 만번 죽어 마땅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아들 홍덕은 아비가 죽고 나면 다시 살아날 수 없음을 애통해 하던 차에 특별히 미인을 찾았는데 이름은 포사라고 하며, 이 여인을 바쳐 아비의 죄를 속량하고자 합니다.  간절히 바라오니 왕께서는 죄를 용서하소서."

유왕은 아뢰는 말을 듣고 즉시 포사를 궁전으로 데려오라고 했다. 인사의 예가 끝나고 유왕이 머리를 들어 바라보니 자태와 용모, 태도가 눈부실 지경이고, 눈을 움직이면 요염한 광채가 뿜여져 나와 사람을 비추는 것 같다. 용안은 매우 기쁜 모습이다. 사방에서 바친 미녀가 있었어도 포사에 비하면 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다.  마침내 신후에게 알리지도 않고 포사를 별궁에 머무르게 하고는 교지를 내려 포향을 사면하고 옥에서 나오게 하고 그의 관작을 회복시켰다. 이날 밤 유왕은 포사와 동침하였는데 물고기가 물을 만난듯 그 즐거움은 말이 필요없다. 이때부터 앉으면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일어서면 함께 움직이며, 술을 마시면 술잔을 주고 받고, 음식을 먹을 때는 그릇을 함께 썼다.

한번은 연달아 10일동안 조회를 열지 않았다.  신하들은 아침에 궐문에서 기다리다가 모두 왕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자 탄식하지 않음이 없이 돌아갔다.     

 

 

此乃幽王四年之事,有詩爲證:

    

折得名花字國香,

布荊一旦薦匡牀,

風流天子渾閒事,

不道龍漦已伏殃。

 

國香 : 나라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난초(蘭草)를 운치 있게 이르는 말.

 

 

이것은 유왕 4년 때의 일인데 이를 증험해 주는 시가 있다. 

 

아름다운 꽃이 꺾였는데 나라 제일의 미색이며,

싸리나무 침상에서 하루아침에 황제의 침상에 올랐도다.

풍류를 아는 천자 국사도 모두 제치니, 

용의 침을 말하지 않아도 재앙은 이미 잠복해 있었도다.

 

 

  

幽王自從得了褒姒,迷戀其色,居之瓊臺,約有三月,更不進申后之宮。早有人報知申后,如此如此。申后不勝其憤,忽一日引著宮娥,逕到瓊臺。正遇幽王與褒姒聯膝而坐,並不起身迎接。申后忍氣不過,便罵:「何方賤婢,到此濁亂宮闈!」 幽王恐申后動手,將身蔽於褒姒之前,代答曰:「此朕新取美人,未定位次,所以未曾朝見。不必發怒。」 申后罵了一場,恨恨而去。褒姒問曰:「適來者何人?」幽王曰:「此王后也。汝明日可往謁之。」 褒姒嘿然無言。至明日,仍不往朝正宮。

 

遇 : 때마침, 우연히. 때, 기회.    朝見 : 예전에, 신하가 조정에 나아가 임금을 뵙는 일을 이르던 말.

 

 

유왕이 포사를 얻은 이후 그 미모에 연연하여 경대(瓊臺)에서 지내면서 대략 3개월이 흐르는 동안, 다시 신후의 궁에 가지 않았다. 서둘러 신후에게 알려온 자가 있었는데 상세하게 보고했다. 신후는 분을 이기지 못하여 하루는 갑자기 궁녀를 데리고 바로 경대로 갔다. 바로 그때 유왕은 포사를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앉아 있어 모두 몸을 일으켜 영접하지 못했다.

신후는 분기를 참지 못하고 바로 꾸짖었다. "어느 곳이라고 천한 년이 궁안을 이렇게 더럽게 어지럽히느냐!"

유왕은 신후가 손을 쓸까 두려워 몸으로 포사의 앞을 가리고는 대신 대답했다. "이 여인은 짐이 새로 맞아들인 미인인데 아직 지위를 정하지 못하여 아직 조현시키지 못했소. 화낼 필요 없소."

신후는 한바탕 매도하다가 한을 품고 물러갔다. 

포사가 물었다. "방금 왔던 사람은 누구입니까?"

유왕이 대답했다. "그 사람은 황후이다. 네가 내일 가서 뵈어야 한다."

포사는 묵묵히 말이 없었다. 다음날 오히려 정궁에 조현하러 가지 않았다.

 

 

 

再說申后在宮中憂悶不已。太子宜臼跪而問曰:「吾母貴爲六宮之主,有何不樂?」 申后曰:「汝父寵幸褒姒,全不顧嫡妾之分。將來此婢得志,我母子無置足之處矣!」 遂將褒姒不來朝見,及不起身迎接之事,備細訴與太子,不覺淚下。太子曰:「此事不難。明日乃朔日,父王必然視朝。吾母可著宮人往瓊臺採摘花朵,引那賤婢出臺觀看,待孩兒將他毒打一頓,以出吾母之氣。便父王嗔怪,罪責在我,與母無干也。」 申后曰:「吾兒不可造次,還須從容再商。」  太子懷忿出宮,又過了一晚。

 

嫡妾之分 : 본처와 첩이 각각 지켜야 할 분수와 질서.   嗔 : 성낼 진. 성내다. 기운이 성하다. 그 모양.  嗔怪 : 비난하다. 꾸짖다. 탓하다. 

 

 

신후는 궁중에서 지내면서 근심으로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태자 의구가 무릎을 꿇고 물었다.  "어머니께서는 귀하기가 육궁의 주인이신데 어찌 즐겁지 않으십니까?"

신후가 대답했다. "네 아버지가 포사를 총애하여 전혀 본처와 첩의 분수와 질서를 돌아보지 않는구나. 장차 이 천한 것이 뜻을 이루면 우리 모자가 발붙일 곳이 없게 될 것이다." 

마침내 포사가 조현하러 오지 않은 일과 몸을 일으켜 영접하지 않은 일까지 모두 세세히 태자에게 하소연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태자가 말했다. "이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내일은 초하룻날이라 부왕께서는 반드시 조회를 보실 것입니다.  어머니께서는 궁인을 대동하고 경대로 가셔서 꽃을 따면서, 그 천한 여자를 데리고 경대를 나와 구경시키시면, 소자가 기다리고 있다가 그 여인을 한바탕 심하게 때릴 것이니 그러면 어머니는 기운이 나실 것입니다. 부왕께서 꾸짖으시겠지만 잘못을 저지른 책임은 저에게 있지 어머니와는 무관합니다." 

신후가 말했다. "서둘러서는 안된다. 돌아가 모름지기 조용히 다시 생각해 보거라."  

태자는 원한을 품고 궁을 나왔는데, 또 하루 밤이 지났다. 

 

 

 

次早,幽王果然出朝,群臣賀朔。太子故意遣數十宮人,往瓊臺之下,不問情由,將花朵亂摘。臺中走出一群宮人攔住道:「此花乃萬歲栽種與褒娘娘不時賞玩,休得毀壞,得罪不小!」 這邊宮人道:「吾等奉東宮令旨,要採花供奉正宮娘娘,誰敢攔阻!」 彼此兩下爭嚷起來。驚動褒妃,親自出外觀看,怒從心起,正要發作。不期太子突然而至,褒妃全不提防。那太子仇人相見,分外眼睜,趕上一步,掀住烏雲寶髻,大罵:「賤婢!你是何等之人?無名無位,也要妄稱娘娘,眼底無人!今日也教你認得我!」 捻著拳便打。纔打得幾拳,眾宮娥懼幽王見罪,一齊跪下叩首,高叫:「千歲,求饒!萬事須看王爺面上!」太子亦恐傷命,即時住手。

 

情由 : 어떤 일이 그렇게 된 이유나 까닭, 사정, 사연. 내막,    嚷 : 외칠 양. 외치다. 아우성치다. 떠들다.  

正要 : 바로 ~ 하려고 하다. 마침 ~ 하려던 참이다.  睜 : 싫은 눈빛 정. 싫은 눈빛. 눈을 부릅뜨다.  分外 : 분수에 넘는 일. 뜻밖에. 유달리. 

掀 : 치켜들 흔. 치켜들다. 높이 듦. 높은 모양.   髻 : 상투 계. 상투. 부엌귀신, 조왕신.  寶髻 : 보배로 장식된 상투. 부처의 머리위 솟은 부분.

捻 : 비틀 념. 비틀다. 잡다. 비틀어꼬다. 

 

 

다음날 아침 유왕이 과연 조회에 나가 군신의 초하루 하례를 받았다. 태자는 일부러 궁인 수십명을 보내 경대 아래로 가서 내막도 묻지 않고 꽃을 어지러이 따게 하였다. 경대 안에서 한 무리의 궁인들이 달려나와 막으며 말했다. 

"이 꽃들은 폐하께서 종자를 심으시고 포마마님과 함께 수시로 감상하며 즐거워 하시는 것이니 꺾지 말라! 죄가 적지 않을 것이다."

태자 쪽 궁인들이 말했다. "우리는 태자의 뜻을 받들어 꽃을 따 황후마마께 바치려고 한다. 누가 감히 막는단 말이냐!"

피차 양쪽에 싸움이 붙어 소란해졌다.  포비가 놀라 직접 밖에 나와 구경하다가 마음 속에 화가 치밀어 바로 야단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뜻밖에 태자가 나타났는데 포비가 전혀 방비할 틈이 없었다.  태자는 원수와 맞닥뜨리자  유달리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다가 한걸음에 달려나가 보석으로 장식한 검은 머리를 잡아 치켜들고 큰 소리로 꾸짖었다.

"천한 계집! 너는 어떤 사람이냐? 이름도 지위도 없으면서 함부로 마마라고 부르게 하니 안중에 사람이 없구나! 오늘 너를 가르쳐 나를 알려 주리라!"

그리고 바로 주먹을 쥐고 때렸다. 순식간에 몇차례 때렸는데 궁녀들이 유왕에게 벌을 받을까 두려워 일제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땅에 조아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태자전하, 용서해주십시오. 모든일에 모름지기 폐하의 체면을 생각하소서."

태자 또한 목숨을 해칠까 두려워 바로 손을 멈추었다. 

 

 

 

褒妃含羞忍痛,回入臺中,(已知是太子替母親出氣。)雙行流淚。宮娥勸解曰:「娘娘不須悲泣,自有王爺做主。」 說聲未畢,幽王退朝,直入瓊臺。看見褒姒兩鬢蓬鬆,眼流珠淚,問道:「愛卿何故今日還不梳妝?」 褒姒扯住幽王袍袖,放聲大哭,訴稱:「太子引著宮人在臺下摘花,賤妾又未曾得罪,太子一見賤妾,便加打罵,若非宮娥苦勸,性命難存。望乞我王做主!」 說罷,嗚嗚咽咽,痛哭不已。那幽王心下倒也明白,謂褒姒曰:「汝不朝其母,以致如此。此乃王后所遣,非出太子之意,休得錯怪了人。」 褒姒曰:「太子爲母報怨,其意不殺妾不止。妾一身死不足惜,但自蒙愛幸,身懷六甲,已兩月矣。妾之一命,卽二命也。求王放妾出宮,保全母子二命。」 幽王曰:「愛卿請將息,朕自有處分。」即日傳旨道:「太子宜臼,好勇無禮,不能將順,權發去申國,聽申侯教訓。東宮太傅少傅等官,輔導無狀,並行削職!」太子欲入宮訴明。幽王吩咐宮門,不許通報。只得駕車自往申國去訖。申后久不見太子進宮,著宮人詢問,方知已貶去申國。孤掌難鳴,終日怨夫思子,含淚過日。

 

出氣 : 화풀이하다. 분노를 발설시키다. 토하다.   做主 : 주관자가 되다. 생각대로 처리하다. 결정원을 가지다.

鬆 : 더벅머리 송. 더벅머리(남자). 더부룩한 머리털. 느슨하다.  愛卿 :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서로 부르는 말. 군주가 신하를 칭하는 말.

梳 : 빗 소. 빗. 머리를 빗다.       錯怪 : 오해하여 남을 나쁘게 생각하다.  오해로 인해 남을 원망하다.  報怨 : 앙갚음하다. 

孤掌難鳴 : 한손으로는 소리를 낼 수 없다는 말로, 혼자서는 일을 이루기가 어려운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포사는 수치스러워 고통도 참으며 경대안으로 돌아갔다. 이미 이것은 태자가 모친을 대신하여 화풀이한 것임을 알았다. 두줄기 눈물이 흘렀다.

궁녀가 위로하며 말했다. "마마께서는 모쪼록 슬피 울지 마십시오.  폐하께서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실 것입니다." 

말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유왕이 조회를 마치고 물러나 바로 경대로 들어왔다. 포사를 보니 양갈래 머리가 흐트러져 있고 눈에서는 구슬같은 눈물이 흐르고 있어 물었다.

"사랑스러운 그대는 무슨 까닭으로 오늘은 도대체 머리도 빗지 않고 단장도 하지 않았는가?"

포사는 유왕의 곤룡포의 소매를 부여잡고 목놓아 크게 울며 하소연했다.

"태자가 궁인들을 이끌고 경대 아래에서 꽃을 꺾다가 천첩이 죄지은 바도 없는데 저를 한번 보더니 바로 때리며 매도하였습니다. 궁녀들이 극력 권고하여 말리지 않았다면 성명을 보전키 어려웠을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조치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말을 마치자 목매어 울면서 통곡을 그치지 않았다. 

유왕은 마음이 뒤집혔으나 곧 이해하고 포사에게 말했다. "네가 왕후에게 조현을 하지 않아서 이와 같은 일이 생겼다. 이것은 왕후가 보낸 것이며 태자의 뜻에서 나온 일이 아니다. 남을 오해하여 원망하지 말아라."

포사가 말했다. "태자는 모후를 위하여 앙갚음을 한 것입니다. 그 뜻이 첩을 죽이는데 있지 않더라도 이 일은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첩의 한 몸이 죽는다 해도 아깝지 않으나, 다만 총애를 받은 이후 임신을 하게 되어 두 달이 되었습니다.  첩의 한 목숨이 아니라 바로 두 목숨입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첩을 궁밖으로 내보시어 모자의 두 생명을 보전해 주소서." 

유왕이 말했다. "사랑스러운 그대는 그치거라. 짐이 스스로 처분을 내리겠노라."

바로 그날로 전지를 내렸다.

"태자 의구는 용맹을 좋아하고 무례하여 장차 내 뜻을 이을 수 없어  잠시 신나라로 떠나 신후의 가르침을 청하도록 해라. 동궁태부와 소부등 관원은 태자를 도와서 바른 길로 인도한 공적이 없어 모두 짓을 삭탈하노라!"

태자는 궁으로 들어가 소명하려고 하였으나, 유왕은 궁문에 분부를 내려 태자가 궁문을 통과하는 것을 불허하고, 단지 태자가 탄 수레가 스스로 신나라로 떠나는 것만 통과하게 했다. 

신후는 오랫동안 태자가 궁에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하여 궁인을 세워 물어보고 비로소 태자는 이미 내침을 당해 신나라로 떠났음을 알게 되었다. 고장난명이라 했던가, 종일 남편을 원망하며 아들을 생각했으며 눈물을 머금고 나날을 지냈다. 

 

  

 

卻說褒姒懷孕十月滿足,生下一子。幽王愛如珍寶,名曰伯服。遂有廢嫡立庶之意。奈事無其因,難於啟齒。虢石父揣知王意,遂與尹球商議,暗通褒姒說:「太子旣逐去外家,合當伯服爲嗣。內有娘娘枕邊之言,外有我二人協力相扶,何愁事不成就?」 褒姒大喜,答言:「全仗二卿用心維持。若得伯服嗣位,天下當與二卿共之。」 褒姒自此密遣心腹左右,日夜伺申后之短。宮門內外,俱置耳目,風吹草動,無不悉知。

 

啓齒 : (주로 남에게 부탁하기 위해) 입을 열다.  이야기를 꺼내다. 웃다. 말하다.

揣 : 잴 췌(치). 재다. 높이를 측량함. 생각하다. 헤아리다. 시험해보다. 불리다. 단련함. 

 

 

포사가 회임하여 열 달을 채우자 아들을 낳았다. 유왕은 진귀한 보물처럼 사랑하며 이름을 백복(伯服)이라 지었다.  그리고 적자인 태자를 폐하고 서자인 백복을 태자로 세우려는 뜻을 갖게 되었다.  원인도 없이 어찌 해야할지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

괵공 석보가 왕의 마음을 헤아려 알고 마침네 윤구와 상의하고 은밀히 포사에게 연통하여 말했다. 

"태자가 이미 외가로 쫒겨 갔으니 백복이 태자가 되는 것이 합당합니다. 안에서 마마께서 베갯머리에서 말씀하시면, 밖에서 저희 두 사람이 협력하여 도울 것인데 어찌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근심하십니까?"  

포사가 크게 기뻐하며 대답했다. "모두 두분이 마음을 써 주신 덕택에 지탱하고 있습니다. 백복이 태자위에 오를 수 있다면 천하를 당연히 두 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포사는 이때부터 은밀하게 심복을 신후의 좌우에 보내 주야로 신후를 엿보고 허물을 캐도록 하였다. 궁문 안팎으로 사람을 배치하고 귀와 눈의 역할을 하도록 하니, 바람이 불면 풀의 움직이는 것까지 모두 모르는 것이 없었다.  

  

 

 

再說申后獨居無侶,終日流淚。有一年長宮人,知其心事,跪而奏曰:「娘娘旣思想殿下,何不修書一封,密寄申國,使殿下上表謝罪?若得感動萬歲,召還東宮,母子相聚,豈不美哉!」 申后曰:「此言固好,但恨無人傳寄。」 宮人曰:「妾母溫媼,頗知醫術,娘娘詐稱有病,召媼入宮看脈,令帶出此信,使妾兄送去,萬無一失。」  申后依允,遂修起書信一通,內中大略言:「天子無道,寵信妖婢,使我母子分離。今妖婢生子,其寵愈固。汝可上表佯認己罪:『今已悔悟自新,願父王寬赦!』 若天賜還朝,母子重逢,別作計較。」 修書已畢,假稱有病臥牀,召溫媼看脈。早有人報知褒妃。褒妃曰:「此必有傳遞消息之事。俟溫媼出宮,搜檢其身,便知端的。」

 

媼 : 할미 온. 할미, 어미, 여자의 통칭. 地神.

 

 

신후는 홀로 지내며 벗도 없이 종일 눈물만 흘렸다. 신후보다 1년 년상인 궁인이 있었는데 황후의 심정을 알고 무릎꿇고 아뢰었다. 

"마마께서는 태자 전하를 생각하고 계시면서도 어찌 글을 닦아 일봉 서신을 은밀히 신나라로 보내어 태자 전하께서 사죄를 청하는 표를 올리게 하지 않으십니까?  만약 황제를 감동시킬 수 있어 동궁으로 소환된다면 모자가 모이게 될 것이니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신후가 말했다. "그 말이 참으로 좋도다. 다만 서신을 전하는 일을 맡길 사람이 없는 것이 한이오."

궁인이 말했다. "제 모친 온 노파는 제법 의술을 아는데 마마께서 거짓으로 병이 있다 칭하시며 궁 안으로 노파를 불러 들여 맥을 보게 하시고 나갈 때 그 서신을 가지고 나가게 하시면, 제 언니를 시켜 서신을 가지고 가서 태자전하게 전하도록 할 것이니 만에 하나라도 실수가 없을 것입니다."  

신후가 허락하여 마침내 한 통 서신을 작성하였으니 내용을 대략 말하면 다음과 같다.

"천자가 무도하여 요사스러운 계집을 총애하고 신임하여 우리 모자를 갈라 놓았도다. 이제 요사스러운 계집이 아들까지 낳아 그 총애가 더욱 굳어졌다. 너는 표를 올려 네 죄를 인정하는 것 같이 하고, '지금 저는 잘못을 뉘우치고 스스로를 새롭게 하였아오니 부디 부왕께서는 용서하여 주소서.' 라고 청해야 한다. 천자께서 사면하여 조정에 돌아오게 된다면 모자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니,  따로 계책를 세우자." 

서신을 작성하기를 마치자, 신후는 거짓 칭병하고 침상에 누워 온노파를 불러들여 맥을 보게 하였다.

재빨리 포비(褒妃)에게 보고해 알린 자가 있었다.

포비가 말했다. "이에는 반드시 소식을 전하려고 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온노파가 궁을 나서기를 기다렸다가  그 몸을 수색하면 곧 실마리를 알게 될 것이다."   

 

 

卻說溫媼來到正宮,宮人先已說知如此如此。申后佯爲診脈,遂於枕邊,取出書信,囑咐:「星夜送至申國,不可遲誤!」當下賜綵繒二端。溫媼將那書信懷揣,手捧綵繒,洋洋出宮。被守門宮監盤住,問:「此繒從何而得?」 媼曰:「老妾診視后脈,此乃王后所賜也。」 內監曰:「別有夾帶否?」 曰:「沒有。」 方欲放去,又有一人曰:「不搜檢,何以知其有無乎?」 遂牽媼手轉來。媼東遮西閃,似有慌張之色。宮監心疑,越要搜檢。一齊上前,扯裂衣襟,那書角便露將出來。早被宮監搜出申后這封書,即時連人押至瓊臺,來見褒妃。褒妃拆書觀看,心中大怒。命將溫媼鎖禁空房,不許走漏消息。卻將綵繒二疋,手自翦扯,裂為寸寸。幽王進宮,見破繒滿案,問其來歷。褒姒含淚而對曰:「妾不幸身入深宮,謬蒙寵愛,以致正宮妒忌。又不幸生子,取忌益深。今正宮寄書太子,書尾云『別作計較。』 必有謀妾母子性命之事,願王爲妾做主!」 說罷,將書呈與幽王觀看。幽王認得申后筆跡,問其通書之人。褒妃曰:「現有溫媼在此。」 幽王即命牽出。不由分說,拔劍揮爲兩段。

 

 

慌張 : 당황하다. 안절부절못하다. 허둥대다. 덤벙대다.    越 : 粤. ~ 과, 및, 이에, ~ 에, 바로, 발어사. 점점, 더욱 더.  不由分說 : 다짜고짜. 

 

한편 온노파가 정궁에 도착하자 궁인이 먼저 이러이러하다고 설명하여 알렸다.  신후가 거짓으로 진맥을 받고 베겟머리에서 서신을 꺼내어 부탁했다. "밤 새워 편지가 신나라에 도착하게 하시오.  늦어서 일을 그르치면 안됩니다."   

그리고 바로 채색비단 두 단을 하사했다.  온노파는 그 서신을 품에 감추고 채색비단을 받들고 천천히 궁을 나갔다. 

궁문을 지키는 궁감에 의해서 저지당했는데 궁감이 물었다. "이 비단은 어디서 받은 것이오?"

노파가 대답했다. "늙은이가 황후를 진맥하였는데 이것은 황후께서 하사한 것입니다. "

내감이 물었다. "따로 숨겨 가지고 가는 것이 있지 않소?"

"없습니다."

바로 보내려고 하는데 어떤 자가 말했다. "수색하지도 않고 어떻게 따로 숨겨 가지고 가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압니까?"

마침내 노파의 손을 잡고 돌아왔다.  노파는 동쪽으로는 막고 서쪽으로는 피하며 당황하는 모습인 것 같았다. 궁감의 마음에 의심이 일어 이에 수색을 요구했다. 일제히 앞으로 나아가 옷깃을 잡아 뜯자 그 서신의 모서리가 바로 노출되어 끄집어 냈다.  급히 궁감이 조사해보니 신후가 쓴 봉서라 즉시 사람과 함께 경대로 압송하여 포비에게 가서 보였다. 포비가 서신을 뜯어 보고 크게 노하였다. 명을 내려 온노파를 쇠사슬로 묶어 빈 방에 가두게 하고 소식이 새나가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채색비단 두필을 손으로 뜯고 당겨 찢어 조각조각을 내었다. 

유왕이 궁에 들어가 보니 찢겨진 비단이 안석에 가득하다. 그 내력을 물으니 포사가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다. 

"첩이 불행하게도 몸이 깊은 궁에 들어와 폐하의 총애를 받은 것이 잘못이라 정궁의 투기를 받기에 이르렀는데, 또 불행하게도 아들을 낳아 투기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지금 정궁에서 태자에게 서신을 부쳤는데 말미에 '따로 계책을 상의하자.'고 한 것은 반드시 첩의 모자의 성명에 관한 일을 모의하자는 것이니 바라건대 왕께서는 첩을 위해 조치를 취해주소서."

말을 마치자 서신을 유왕에게 바쳐 보게 하였다. 유왕이 신후의 필적임을 알아보고 서신을 전달한 사람을 물었다. 

포비가 말했다. "현재 온노파가 여기에 있습니다."

유왕이 즉시 끌고 오도록 명하더니 다짜고짜 칼을 뽑아 휘둘러 양단을 내버렸다.

 

 

髯翁有詩曰:

 

未寄深宮信一封,

先將冤血濺霜鋒,

他年若問安儲事,

溫媼應居第一功。

 

濺 : 흩뿌릴 천. 흩뿌리다. 물이 빠르게 흐르는 모양.

 

 

염옹이 지은 시가 있다.

 

구중궁궐의 서신 일봉을 미처 부치지도 못하고

먼저 서릿발 같은 칼날에 원통한 피만 흩뿌렸구나.

훗날 태자의 일을 묻는다면

온노파의 공이 가장 크다고 함이 당연하리라. 

 

 

 

是夜,褒妃又在幽王前撒嬌撒癡說:「賤妾母子性命,懸於太子之手。」 幽王曰:「有朕做主,太子何能爲也?」 褒姒曰:「吾王千秋萬歲之後,少不得太子爲君。今王后日夜在宮怨望咒詛,萬一他母子當權,妾與伯服,死無葬身之地矣!」 言罷,嗚嗚咽咽,又啼哭起來。幽王曰:「吾欲廢王后太子,立汝爲正宮,伯服爲東宮。只恐群臣不從,如之奈何?」  褒妃曰:「臣聽君,順也。君聽臣,逆也。吾王將此意曉諭大臣,只看公議如何?」 幽王曰:「卿言是也。」 是夜,褒妃先遣心腹,傳言與虢尹二人,來朝預辦登答。次日,早朝禮畢,幽王宣公卿上殿,開言問曰:「王后嫉妒怨望,咒詛朕躬,難爲天下之母,可以拘來問罪?」

 

撒 : 부릴 살. 뿌리다. 던지다. 내어던짐.   撒嬌 : 응석부리다. 어리광을 피우다. 아양떨다. 애교부리다.  撒痴 : 바보짓 하다. 백치짓을 하다.

少不得 : ~ 하지 않을 수 없다. 빼놓을 수 없다. 없어서는 안 된다. 

起來 : 동사나 형용사 뒤에 붙어, 동작이나 상황이 시작 또는 계속됨을 나타냄. 동사 뒤에 붙어, 동작의 완성. 또는 목표가 달성됨을 나타냄. 

 

 

이날 밤, 포비는 유왕 앞에서 온갖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천첩 모자의 성명은 태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자 유왕이 물었다. "짐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태자가 무엇을 할 수있는가?"

포사가 대답했다. "폐하의 천추만세 후에는 태자가 군주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왕후는 주야로 궁에서 원망하고 저주하고 있으니 만일 그 모자가 권력을 잡게 되면 첩과 백복은 죽어서도 몸이 묻힐 곳도 없을 것입니다!"  말을 마치고는 목이 메어 큰 소리로 운다. 

유뫙이 말했다. "나는 태자와 왕후를 폐하고 너를 정궁으로 새우고 백복을 동궁으로 세우려고 한다. 다만 신하들이 따르지 않을까 두려운데 어떻게 할까?" 

포비가 말했다. "신하가 군왕 말을 듣는 것이 도리를 따르는 것이며, 군왕이 신하의 말을 듣는 것은 도리를 거스르는 것입니다. 폐하께서 이 뜻을 대신들에게 잘 알아듣도록 설득하고 대신들의 의견을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유왕이 대답했다. "그대의 말이 옳다."

포사가 먼저 심복을 보내 괵공과 윤구에게 말을 전하고, 다음 날 조회에서 답을 올릴 준비를 하도록 했다.

다음 날 아침의 예가 끝나자 유왕은 공경들을 불러들여 궁에 오르게 하고 물었다.

"왕후가 질투와 원망이 심하고 짐을 저주하고 있어 천하의 어미가 되기 어렵소. 잡아다 죄를 물을 수 있겠소?"

 

 

 

虢石父奏曰:「王后六宮之主,雖然有罪,不可拘問。如果德不稱位。但當傳旨廢之;另擇賢德。母儀天下,  實爲萬世之福。」 尹球奏曰:「臣聞褒妃德性貞靜,堪主中宮。」 幽王曰:「太子在申,若廢申后,如太子何?」 虢石父奏曰:「臣聞母以子貴,子以母貴。今太子避罪居申,溫清之禮久廢。況旣廢其母,焉用其子?臣等願扶伯服爲東宮。社稷有幸!」 幽王大喜,傳旨將申后退入冷宮,廢太子宜臼爲庶人,立褒妃爲后,伯服爲太子。如有進諫者,即係宜臼之黨,治以重辟。(此乃幽王九年之事。)兩班文武,心懷不平,知幽王主意已決,徒取殺身之禍,無益於事,盡皆緘口。太史伯陽父歎曰:「三綱已絕,周亡可立而待矣!」即日告老去位。群臣棄職歸田者甚眾。朝中惟尹球、虢石父、祭公易一班佞臣在側。幽王朝夕與褒妃在宮作樂。

 

溫淸之禮 : 定省溫淸. 아침저녁으로 부모의 이부자리를 보살펴 안부를 붇고 따뜻하고 서늘하게 한다는 말로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도리.

  

 

괵석보가 아뢰었다. "왕후는 육궁의 주인이라 비록 죄가 있다 할지라도 잡아다 죄를 물을 수 없습니다. 덕이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다만 전지를 내려 폐하고 특별히 어질고 덕이 있는 분을 택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국모가 천하의 본보기가 된다면 실로 만세의 복입니다." 

윤구가 아뢰었다. "신이 듣기로 포비는 덕성이 곧고 정숙하시어 중궁의 주인자리를 감당할만 합니다." 

유왕이 말했다. "태자가 신에 있는데 신후를 폐한다면 태자는 어짜 해야 하오?"

괵석보가 아뢰었다. "신이 듣기에 어미는 자식때문에 귀하고 자식은 어미때문에 귀하다고 했습니다. 지금 태자가 벌을 피하여 신에 가 있으면서 자식의 도리를 행하지 않은지가 오래되었습니다.  하물며 그 모친을 폐했는데 그 자식을 어찌 쓰겠습니까? 신들은 백복이 동궁이 되도록 돕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사직에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입니다."

유왕이 크게 기뻐하고 전지를 내려 신후를 내쳐 냉궁으로 들게 하고, 태자 의구를 폐하여 서인으로 만들었으며, 포비를 세워 황후로 삼고 백복을 태자로 삼았다.  간언을 올리는 자가 있으면 즉시 태자 의구의 무리로 연관시켜 중벌로 다스렸다. 이 일은 유왕 9년때의 일이다.  양반인 문반 무반은 마음에 불평을 품었으나 유왕이 주장하는 뜻이 이미 결행되었고 한갓 자신을 죽이는 화만 취할 뿐이며 일에 도움도 되지 않아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태사 백양보가 탄식하며 말했다. "삼강오륜이 이미 끊어졌으니 주나라가 망하는 것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즉일로 노령으로 사직을 청하여 관직을 떠났다.  신하들 중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자가 매우 많았다. 조정에는 오직 윤구, 괵석보, 채공이같은 아첨을 잘 하는 영신들만 유왕의 곁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유왕은 늘 포비와 궁에서 향락을 누렸다.

 

 

 

褒妃雖篡位正宮,有專席之寵,從未開顏一笑。幽王欲取其歡,召樂工鳴鐘擊鼓,品竹彈絲,宮人歌舞進觴,褒妃全無悅色。幽王問曰:「愛卿惡聞音樂,所好何事?」 褒妃曰:「妾無好也。曾記昔日手裂綵繒,其聲爽然可聽。」 幽王曰:「旣喜聞裂繒之聲,何不早言?」 即命司庫日進綵繒百疋,使宮娥有力者裂之,以悅褒妃。可怪褒妃雖好裂繒,依舊不見笑臉。幽王問曰:「卿何故不笑?」 褒妃答曰:「妾生平不笑。」 幽王曰:「朕必欲卿一開笑口。」 遂出令:「不拘宮內宮外,有能致褒后一笑者,賞賜千金。」 虢石父獻計曰:「先王昔年因西戎強盛,恐彼入寇,乃於驪山之下,置煙墩二十餘所,又置大鼓數十架,但有賊寇,放起狼煙,直沖霄漢,附近諸侯,發兵相救,又鳴起大鼓,催趲前來。今數年以來,天下太平,烽火皆熄。吾主若要王后啟齒,必須同后遊翫驪山,夜舉烽煙,諸侯援兵必至。至而無寇,王后必笑無疑矣。」

 

從 : ~ 부터. 따라서, 그것으로, 더욱, 한층. 느긋하다. 조용하게 굶. 제멋대로 하다. 방자하게 굶.   可怪 : 이상하다. 기괴하다.

臉 : 뺨 검. 뺨. 얼굴, 안면.    狼煙 : 봉화. 

品竹彈絲 : 피리를 불거나 거문고를 연주하다. 풍류스럽고 운치 있는 생활을 하다.

 

 

포비는 비록 정궁의 자리를 빼앗아 총애를 독차지하였지만 그것으로 한번도 활짝 웃은 적이 없었다. 유왕은 그녀를 기쁘게 하여 주려고 악공들을 불러 종을 울리고 북을 치며 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연주하게 하고, 궁인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술을 권하게 해도 포비는 전혀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유왕이 물었다. "사랑하는 그대는 음악도 싫어하는데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오?"

포비가 대답했다. "첩은 좋아하는 것이 없습니다. 지난 날 손으로 채색비단을 찢은 것만 기억날 뿐입니다. 그 소리가 상쾌하여 들을만 했습니다."

유왕이 말했다. "비단 찢는 소리를 듣고 기뻣다면 어찌 일찍 말하지 않았소?"  즉시 창고담당 관리에게 명하여 매일 채색비단 백필씩 바치게 하고 궁녀중 힘있는 자들을 시켜 비단을 찢어 포비를 기쁘게 하였다.  이상하게도 포비는 비단 찢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여전히 웃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유왕이 물었다. "그대는 무슨 까닭으로 웃지 않소?"

포비가 대답했다. "첩은 평소에도 웃지 않습니다."

유왕이 말했다. "짐은 반드시 그대가 한번이라도 활짝 웃게 할 것이오." 

그리고 마침내 영을 내렸다. "궁내외를 막론하고 포후를 한번이라도 웃게 하는 자가 있다면 상으로 천금을 내리겠다."

괵석보가 계책을 바쳤다. "선왕 때 옛날 서융이 강성하던 시절, 그들의 침입이 두려워 여산 아래에 20여곳에 봉화대를 설치하는 한편, 큰 북 수십개를 걸어두고, 오직 적이 쳐들어 오면 봉화를 피워 올려 하늘로 치솟게 하여 부근의 제후들이 군사를 일으켜 구응케 하고, 또 큰 북을 울려 달려오기를 재촉하였습니다. 지금 수년이래 천하가 태평하여 봉화가 모두 그쳤습니다. 폐하께서 황후가 웃기를 바라신다면 반드시 황후와 함께 여산으로 유람을 나가시되 밤에 봉화를 올리게 하신다면 제후들의 구원병이 반드시 이르게 될 것입니다.  구원병이 이르러 적의 침입이 없으면 어리둥절할 것이니 왕후께서 반드시 웃게 될 것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幽王曰:「此計甚善!」 乃同褒后並駕往驪山遊翫,至晚設宴驪宮,傳令擧烽。時鄭伯友正在朝中,以司徒爲前導,聞命大驚,急趨至驪宮奏曰:「煙墩者,先王所設以備緩急,所以取信於諸侯。今無故擧烽,是戲諸侯也。異日倘有不虞,卽使擧烽,諸侯必不信矣。將何物徵兵以救急哉?」 幽王怒曰:「今天下太平,何事徵兵!朕今與王后出遊驪宮,無可消遣,聊與諸侯爲戲。他日有事,與卿無與!」 遂不聽鄭伯之諫。大擧烽火,復擂起大鼓。鼓聲如雷,火光燭天。畿內諸侯,疑鎬京有變,一個個即時領兵點將,連夜趕至驪山。但聞樓閣管籥之音。幽王與褒妃飲酒作樂。使人謝諸侯曰:「幸無外寇,不勞跋涉。」諸侯面面相覷,捲旂而回。褒妃在樓上,憑欄望見諸侯忙去忙回,並無一事,不覺撫掌大笑。幽王曰:「愛卿一笑,百媚俱生,此虢石父之力也!」遂以千金賞之。至今俗語相傳「千金買笑」,蓋本於此。

 

消遣 : 심심풀이하다. 희롱하다. 한가한 시간을 보내다. 소일하다.   攂 : 갈 뢰. 갈다. 문지름. 치다. 북을 두드림. 돌을 굴리다. 

跋涉 : 산넘고 물을 건너다. 여행길이 고생스러움을 형용.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다. 

 

 

유왕이 말했다. "그 계책이 참으로 훌륭하도다."

그리하여 포후와 함께 어가에 올라 여산으로 유람을 나가서 밤이 되기까지 여궁에서 연회를 베풀고 영을 전하여 봉화를 올리게 하였다. 

그때 정백우는 바로 조정에서 사도가 되어 앞길을 인도하는 일을 맡고 있었는데 유왕의 명을 듣고 크게 놀라 급히 여궁으로 달려가 아뢰었다. "봉화라는 것은 선왕 때 설치하여 급한 일에 대비한 것인데 제후들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설치한 것입니다. 지금 아무런 사고도 없는데 봉화를 올리는 것은 이야말로 제후를 희롱하는 짓입니다.  훗날 뜻밖의 일이 생겨 즉시 봉화를 올리게 하여도 제후들은 반드시 믿지 않을 것입니다.  장차 무엇으로 군대를 불러 위급한 상황을 벗어나겠습니까?"

유왕이 노하여 말했다. "지금 천하가 태평한데 무슨일로 군대를 부르겠는가!  짐이 지금 왕후와 여궁에 유람을 나와 심심풀이할 수가 없어 애오라지 제후들에게 장난을 치려고 하는 것이다. 훗날 일이 있어도 경에게 가담시키는 일이 없을 것이다."

마침내 정백우의 간언을 듣지 않았다.  봉화를 크게 올리고 또 큰 북을 두드리게 했다. 북소리가 우레같고 불빛이 하늘을 밝혔다.  경기내의 제후들은 도읍인 호경에 변고가 생긴 것으로 의심하고 잇달아 즉시 군대를 거느리고 장수들을 점고하여 밤을 세워 여산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다만 누각에서 피리소리만 들릴 뿐, 유왕은 포사와 더불어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었다.

유왕은 사람을 시켜 제후들에게 사과했다. "다행하게도 외적의 침입이 없으니 힘들여 다닐 필요 없소." 

제후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가 기를 말고 돌아가고 말았다. 포비는 누각 위에서 난간에 기대어 제후들이 서둘러 갔다가 모두 아무 일도 없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치며 웃었다.   

유왕이 말했다. "사랑하는 그대가 한 번 웃으니, 온갖 자태가 살아나는구나. 이것은 괵석보의 힘이로다!"

이에 그에게 천금의 상을 내렸다.

지금까지 속어로 전해져 내려오는 '천금으로 웃음을 산다.' 는 말은 아마 이에 바탕을 두고 있을 것이다. 

 

 

髯翁有詩,單詠「烽火戲諸侯」之事。詩曰:

良夜驪宮奏管簧,

無端烽火燭穹蒼。

可憐列國奔馳苦,

止博褒妃笑一場!

 

 

염옹이 지은 시가 있는데.  오직 "봉화로 제후를 희롱했다."는 일을 읊은 것이다. 시는 다음과 같다.

 

깊은 밤 여궁에서는 생황 소리 울려 퍼지고

까닭없이 봉화는 하늘을 밝혔도다.

가련하구나! 여러나라가 급히 달려온 고달픔은,

다만 포비를 웃기려는 한 판의 도박이었구나!

 

 

 

卻說申侯聞知幽王廢申后立褒妃,上疏諫曰:「昔桀寵妹喜以亡夏,紂寵妲己以亡商。王今寵信褒妃,廢嫡立庶,旣乖夫婦之義,又傷父子之情。桀紂之事,復見於今,夏商之禍,不在異日。望吾王收回亂命,庶可免亡國之殃也。」 幽王覽奏,拍案大怒曰:「此賊何敢亂言!」 虢石父奏曰:「申侯見太子被逐,久懷怨望。今聞后與太子俱廢,意在謀叛,故敢暴王之過。」 幽王曰:「如此何以處之?」 石父奏曰:「申侯本無他功,因后進爵。今后與太子俱廢,申侯亦宜貶爵,仍舊爲伯。發兵討罪,庶無後患。」 幽王准奏,下令削去申侯之爵。命石父爲將,簡兵蒐乘,欲擧伐申之師。

 

妹喜 : 末姬.    簡 : 뽑다. 선발하다.  簡兵蒐乘 : 병사를 뽑고 말을 고르다. 

 

 

한편 신후(申侯)는 유왕이 자신의 딸인 신후를 폐하고 포비를 왕후로 세운 것을 듣고 상소하여 간했다.

"옛날 하나라 걸왕은 말희를 총애하여 하나라를 망하게 하였으며 상나라 주왕은 달기를 총애하여 상나라를 망하게 하였습니다. 왕께서는 지금 포비를 총애하여 적자를 폐하고 서자를 세웠으며 이미 부부의 의를 거스르고 부자간의 정을 상하게 하였습니다.  걸왕과 주왕의 일이 지금 다시 나타나니 하나라와 상나라의 재앙이 다른 날에 있지 않습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어지러운 명을 거두시고 나라가 망하는 재앙을 면하시시 바랍니다."

유왕은 상주문을 보고 나서 책상을 치며 크게 노하였다. "이 도적이 어찌 감히 말을 함부로 하는가!"

괵석보가 이뢰었다. "신후는 태자가 쫒겨나는 것을 보고 오랫동안 원망을 품었을 것입니다. 지금 들으니 신후와 태자가 모두 폐함을 당하자 모반에 뜻을 두어 감히 왕의 허물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유왕이 물었다. "이렇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소?"

석보가 이뢰었다. "신후는 본래 아무런 공도 없이 황후로 인하여 작위를 받았습니다. 지금 왕후와 태자를 모두 폐하였으니 신후 또한 내치는 것이 마땅하지만 여전히 옛 벼슬인 백작입니다. 군대를 일으켜 토벌하시어 후환을 없애시기 바랍니다."  

유왕이 허락하고 명을 내려 신후의 벼슬을 깎아버렸다. 석보를 명하여 장수로 삼고 병사를 뽑고 말을 골라 신나라를 정벌하는 군대를 일으켰다. 

 

 

畢竟勝負如何,且看下回分解。

 

결국 승부는 어찌 될 것인가. 다음 회를 보면 분명하게 설명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