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毁
韓愈
古之君子, 其責己也重以周, 其待人也輕以約。重以周, 故不怠, 輕以約, 故人樂爲善。聞古之人有舜者, 其爲人也仁義人也, 求其所以爲舜者, 責於己曰, 「彼人也, 予人也, 彼能是, 而我乃不能是?」 早夜以思, 去其不如舜者, 就其如舜者。聞古之人有周公者, 其爲人也多才與藝人也, 求其所以爲周公者, 責於己曰, 「彼人也, 予人也, 彼能是, 而我乃不能是?」 早夜以思, 去其不如周公者, 就其如周公者。
舜, 大聖人也, 後世無及焉。周公, 大聖人也, 後世無及焉。是人也, 乃曰, 「不如舜, 不如周公, 吾之病也。」 是不亦責於身者重以周乎? 其於人也, 曰, 「彼人也, 能有是, 是足爲良人矣。能善是, 是足爲藝人矣。」 取其一, 不責其二, 卽其新, 不究其舊, 恐恐然惟懼其人之不得爲善之利。 一善易修也, 一藝易能也, 其於人也, 乃曰, 「能有是, 是亦足矣。」 曰, 「能善是, 是亦足矣。」 不亦待於人者輕以約乎。
原毁 : 훼방이 생겨나게 된 원인을 논한 글이다. 옛날의 군자는 자신에 대한 요구는 까다롭고 남에 대한 요구는 관대했던 반면, 오늘날
의 군자는 자신에 대한 요구는 관대하고 남에 대한 요구는 까다로우니, 이렇게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남을 대하는 태도가 상이 한 데에서 훼방이 생겨나게 됨을 논증하였다.
八股文 : 이 글은 팔고문 또는 팔대비(八大比)라 하는데, 秦‧漢 이래로 이런 格調가 없었으며, 昌黎公이 創始하였다. 그러나 古今을 감개
하는 사이에 사람의 情을 묘사하고 뼛속까지 자세히 말하였으니, 뛰어난 문장이라 하겠다. 명 · 청 양대 과거시험에서 규정한 문체
를 말한다. 제예(制藝) · 시예(時藝) · 시문(時文) · 팔비문(八比文) · 사서문(四書文) 등으로도 불렸다.
팔고문은 고정된 격식과 법칙이 있었는데, 파제(破題) · 승제(承題) · 기강(起講) · 입수(入手) · 기고(起股) · 중고(中股) · 후고(後股) ·
속고(束股)의 여덟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서오경(四書五經)』의 한두 구(句) 또는 여러 구를 제(題)로 하여 그 의미를 부연 설
명해야 했다. 1370년 8월 9일의 향시(鄕試)에서 처음으로 실시되었으며, 1901년 폐지되었다.
옛날의 군자는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엄격하고 치밀하였고, 남에게 기대하는 것은 너그럽고 간략하였다. 엄격하고 치밀하였기 때문에 태만하지 않았고, 너그럽고 간략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을 행하기를 좋아하였다.
(옛날의 군자가) 옛사람 중에 순(舜)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 사람됨이 인의(仁義)를 행하는 자라고 듣고 그 사람이 순이 된 까닭을 구하여 자신에게 요구하였다.
"그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인데 그는 이것을 할 수 있는데 나는 이것을 할 수 없단 말인가?" 하고는 주야로 생각하다가 순이 했던 것과 같지 않은 것은 버리고 순이 했던 것과 같은 것만을 취하였다.
(옛날의 군자가) 옛 사람중에 주공(周公)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 사람됨이 재주가 많고 학문이 많다고 듣고는 그 사람이 주공이 된 까닭을 찾아서 자기 자신에게도 요구했다.
"그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인데 그는 이것을 할 수 있는데도 나는 이것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하고는 주야로 생각하여 주공이 했던 것과 같지 않은 것은 버리고 주공이 했던 것과 같은 일만 취하였다.
순(舜)은 대성인으로 후세 사람이 따를 수 없으며, 주공(周公)은 대성인이라 후세 사람이 미치지 못한다.
그 사람들은 그리하여 "순에 미치지 못하고 주공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 내 괴로움이다."라고 한다. 이 또한 자신에게 신중하고 주밀하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사람들에게 " 저 사람들이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어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일을 잘 할 수 있어 재능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고 말하며 그중 한 가지만을 취하고 다른 것은 요구하지 않으며, 그의 새로운 일이면 나아가고 지나간 일은 따지지 않고 오직 그들이 선을 행하므로써 얻을 이익을 얻을 수 없을까 두려워하였다.
하나의 선을 행하는 것은 쉽고 하나의 재주를 잘 하게 되는 것도 쉬운 것인데 그들이 사람들에게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으니 이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 되기에 족하다."고 하고, "이러한 일을 잘 하니 이 사람은 재능있는 사람이 되기에 족하다." 고 하는데 이 또한 남을 대하는데 가볍고 간략한 것이 아니겠는가?
今之君子則不然, 其責人也詳, 其待己也廉。詳, 故人難於爲善, 廉, 故自取也少。己未有善, 曰, 「我善是, 是亦足矣。」 己未有能, 曰, 「我能是, 是亦足矣。」 外以欺於人, 內以欺於心, 未少有得而止矣, 不亦待其身者已廉乎。其於人也, 曰, 「彼雖能是, 其人不足稱也。彼雖善是, 其用不足稱也。」 擧其一, 不計其十, 究其舊, 不圖其新, 恐恐然惟懼其人之有聞也, 是不亦責於人者已詳乎? 夫是之謂不以衆人待其身, 而以聖人望於人, 吾未見其尊己也。
雖然, 爲是者, 有本有原, 怠與忌之謂也。怠者不能修, 而忌者畏人修。吾常試之矣, 常試語於衆曰, 「某良士, 某良士。」 其應者, 必其人之與也, 不然, 則其所疏遠, 不與同其利者也, 不然, 則其畏也。 不若是, 强者必怒於言, 懦者必怒於色矣。又嘗語於衆曰, 「某非良士, 某非良士。」 其不應者, 必其人之與也, 不然, 則其所疏遠, 不與同其利者也, 不然, 則其畏也。不若是, 强者必怒於言, 懦者必怒於色矣。是故事修而謗興, 德高而毁來。
嗚呼! 士之處此世, 而望名譽之光, 道德之行, 難已。 將有作於上者, 得吾說而存之, 其國家可幾而理歟.
지금의 군자는 그렇지 않고 남에게 요구하는 것은 상세하고 자기에게 요구하는 것은 간략하다. 상세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선을 행하기 어렵고 간략하기 때문에 자신이 취하는 것은 적다.
자신이 훌륭한 점이 없는데도 "내가 이러한 일을 잘 하니 이 정도로도 족하다." 라 하고,
자신이 잘 할 수도 없는데도, "내가 이러한 일을 할 수 있으니 이정도로도 족하다." 라고 하여 밖으로는 남을 속이고 안으로는 마음을 속여 조금도 얻지 못한채 그만 두는데 이 또한 자신을 대하는 것이 너무 간략한 것이 아닌가?
그들이 사람들에게, "그가 비록 이 일을 할 수 있다 해도 그 사람은 칭찬받기에 족하지 않으며, 그가 이 일을 잘 할 수 있다 해도 그 재능은 칭찬 받기에는 부족하다." 고 하며 그 사람의 한 가지 결점만을 거론하고 열 가지 좋은 점은 헤아리지 않으며, 그의 지난 날의 잘못을 따지고 그의 새로운 점은 고려하지 않으며, 오로지 그 사람의 좋은 소문만을 두려워할 뿐이니 이 또한 남에게 요구하는 것이 너무 상세한 것이 아닌가?
이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닌 것을 자신에게 요구하면서 성인에게 요구하는 것을 남에게 요구한다고 하는 것이니 나는 그것이 자신을 존중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렇게 된 데에는 근원이 있으니 태만과 시기심을 말하는 것이다. 태만한 자는 자신을 수양할 수 없으며 시기하는 자는 남이 수양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내가 시험해본 적이 있는데 사람들에게 시험삼아 "누구는 훌륭한 선비이고, 누구는 훌륭한 선비이다."고 했더니 그에 호응하는 자는 반드시 그 사람과 같은 편이었으며, 그렇지 않으면 그와 소원한 자들로 그와 이익을 함께 하는 자가 아니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를 두려워하는 자들이었다. 이와같은 사람들이 아니면 강한 사람은 반드시 말로 분노를 드러냈고, 나약한 사람은 반드시 표정에 분노를 드러냈다.
또 일찌기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누구는 훌륭한 선비가 아니고, 누구도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고 하니까 호응하지 않는 자들은 반드시 그 사람과 같은 편이었고 그렇지 않으면 그와 소원한 사람이거나 그와 이익을 같이하지 않는 자들이었으며, 그렇지 않으면 그를 두려워하는 자들이었다. 이와같은 사람들이 아니면 강한 사람은 반드시 말로 기쁨을 드러냈고, 나약한 사람은 반드시 표정에 기쁨을 드러냈다.
그러므로 일을 다스려도 비방이 일어나고 덕이 높아도 헐뜯음이 밀려온다.
오호라! 선비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명예가 빛나고 도덕이 행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어렵구나.
윗 자리에서 일을 행하면서 나의 말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나라가 거의 다스려질 것이다.
[唐宋八大家文抄 韓愈 卷9.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