桂陽望海志
李奎報
路四出桂之徼, 唯一面得通於陸, 三面皆水也。始予謫守是州, 環顧水之蒼然浩然者, 疑入島嶼中。悒悒然不樂, 輒低首閉眼不欲見也。及二年夏六月, 除拜省郞, 將計日上道。以復于京師, 則向之蒼然浩然者, 皆可樂也。於是凡可以望海者, 無不遊踐。始於萬日寺樓上望之, 大舶點波心。僅若鳧鴨之游泳者。小舟則如人入水微露其頭者。帆蓆之去, 僅類人揷高帽而行者。群山衆島, 杳然相望, 有屺者峐者, 跂者伏者, 脊出者䯻擢者, 中穿如穴者, 首凸如傘頭者。寺僧來佐望, 輒以手指點之, 島曰, 「彼紫燕也。高燕也。麒麟也。」 山曰, 「彼京都之鵠嶺也。彼昇天府之鎭也。龍山也。仁州之望也。通津之望也。」 歷歷而數, 如指諸掌。是日予甚樂焉, 與與遊者觴之, 乘醉而反。後數日, 遊明月寺亦如之, 然明月頗有山之掩翳者。不若萬日之豁敞也。後數日, 復循山而北, 竝海而東。觀潮水之激薄與海市之變怪。或乘馬。或步行。稍憊而後還焉。與遊者某某人。皆携壺縱之。嗚呼。水向者之水也, 心向者之心也。以向之所忌見者, 今反爲嗜觀, 豈以得區區一官之故歟。心吾心也,不能自制, 使因時貿易之如此。其於一死生齊得喪, 得可冀乎。後尙可警故志之。
[한국고전종합DB <東國李相國集 第24卷>]
屺 : 민둥산 기. 민둥산, 독산(禿山: 나무가 없어 헐벗은 산). 峐 : 민둥산 해. 민둥산. 나무가 없는 산.
䯻 : 상투 계(고). 상투. 鵠嶺 : 개성시(開城市)에 있는 송악(松嶽)을 달리 이르는 말. 扶蘇. 神嵩. 崧山.
昇天府 : 경기도 개풍군의 옛 지명. 憊 : 고단할 비. 고단하다. 고달프다. 피곤하다. 앓다.
海市 : 신기루(蜃氣樓). 바다 위나 사막에서, 실제로는 없는 사물이 눈에 보이거나 먼 곳에 있는 물체가 공중에 떠올라 보이는 따위의 현상.
공기의 밀도가 층층이 달라져 있을 때, 빛의 굴절에 의해 일어난다.
계양(桂陽)에서 나가는 길은 사방으로 나 있으나 한 면만 육지에 통하고 삼 면은 모두 바다이다. 처음 내가 이 고을 수령으로 좌천되어 오면서 바다를 돌아보니 푸른 바다가 한없이 넓어 섬 가운데로 들어간 것 같았다.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아서 잠시 머리를 숙이고 눈을 감아 보지 않으려고 했다.
2년 후 6월에 문하성의 낭관에 제수되어 서울로 가는 일정을 잡으려 하다 보니, 지난 날 보았던 드넓은 푸른 바다가 모두 좋게만 보였다. 그리하여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은 모두 놀러가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 만일사(萬日寺)의 누대(樓臺) 위에서 바라보았는데, 큰 배가 파도 속에서 흔들리며 떠 있는 모습이 오리가 헤엄치는 것 같았고, 작은 배는 사람이 물에 들어가서 머리를 조금 드러낸 것 같았다.
돛단 배가 가는 모습은 사람이 우뚝 솟은 모자를 쓰고 가는 것 같았으며, 산과 섬들은 아득한 거리에서 마주 보고 있는 것 같았는데 나무가 없는 민둥산, 기어가는 것, 엎드린 것, 등이 튀어 나온 것, 상투처럼 솟은 것, 구멍처럼 가운데가 뚫린 것, 일산처럼 머리가 볼록 한 것 등이 있었다.
만일사의 중이 와서 바라보는 일을 돕다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섬을 가리켜 말했다.
“저것은 자연도(紫燕島)ㆍ고연도(高燕島)ㆍ기린도(麒麟島)입니다.”
하고,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것은 경도(京都)의 곡령(鵠嶺), 저것은 승천부(昇天府)의 진산(鎭山)ㆍ용산(龍山), 인주(仁州)의 망산(望山), 통진(通津)의 망산입니다.”
또렷하게 잘 가르쳐 주어 모두 손바닥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이날 내가 매우 즐거워서 함께 놀러온 자와 같이 술을 마시고 취해서 돌아왔다. 며칠 후에 명월사(明月寺)에 가서 앞서와 같이 놀았다. 그러나 명월사는 많은 산들이 가려서 만일사의 툭 트인 것만 못하였다. 며칠 후에 다시 산을 따라 북으로 바다를 끼고 동으로 향했다. 조수가 밀려오는 것과 신기루같이 변화하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말을 타기도 하고 걷기도 하다가 피곤한 뒤에야 돌아오니, 함께 놀던 사람들이 모두 술병을 가지고 따랐다.
아, 저 물은 전일의 물이요 마음도 전일의 마음인데, 전일에 보기 싫던 것을 지금은 도리어 즐거운 구경거리로 삼으니, 그것은 구구한 한 벼슬을 얻은 때문일까? 마음은 내 마음인데도 능히 자제하지 못하고 이처럼 때를 따라 바뀌게 하니, 그 사생(死生)을 동일하게 하고 득실을 동등하게 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후일에 경계할 만한 것이기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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