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상하간의 화합이 제일
문왕과 낚시를 하는 노인과의 대화는 계속된다.
낚시의 숨은 뜻을 설파하자 문왕이 재차 묻는다.
"바라건대 그 이치를 들려 주십시오."
그 노인이 대답하기를,
"근원이 깊어야 물이 흐르며, 물이 흘러야 물고기가 생긴다는 이치입니다.
뿌리가 깊어야 나무가 잘 자라며, 나무가 잘 자라야 열매를 맺는다는 이치입니다.
군자는 군주와 뜻이 맞아야 가깝게 화합하며, 마음이 화합해야 일을 이룩한다는 이치입니다.
말로써 응대하는 것은 진정을 꾸며서 나타내는 것입니다. 진정을 말하는 것은 일 의 지극한 것입
니다. 지금 제가 진정을 거리낌없이 말하겠습니다만 군주께서는 그것을 싫어하시겠습니까."
[原文]
文王曰, 願問其情,
太公曰, 源深而水流, 水流而魚生之, 情也. 根深而木長, 木長而實生之, 情也.
君子情同而親合, 親合而事生之, 情也. 言語應對者, 情之飾對也. 言至情者, 事之極也. 今臣言至情不諱, 君其惡之乎.
(註)
諱(휘): 꺼리어 피함. 惡(오): 미워함, 싫어함 - 이런 뜻일 경우 오로 읽음.
[해설]
노인은 문왕의 주문에 응하여 사물의 이치와 인간사의 이치를 결부하여 설명하면서 군신의 화합이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 주요 조건임을 설파하였다.
이어서,
"자기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은 것은 정의 극치이며, 사리의 극치라는 것은 말하자면
만물을 움직이는 힘의 근원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지금 모든 것을 공개하여 그 참 이치를 말씀드리려는데 임금께서는 들으시려는지요."
다시 말하면 앞에서 인재를 얻는 대원칙을 논한 노인이 이번에는 군신이 뜻을 같이하여 화합하면
천하도 도모할 수 있음을 말하므로써 문왕의 의중을 헤아려 그 핵심으로 몰고 간다.
위의 대화내용은 참으로 중요한 사항으로 오늘 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지대하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자. 조선왕조초 개국과정이 종료되면서 세종조에 이르러 군신간에 화합이 이루어
지면서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우게 된다.
그러나 그 후는 어떠하였는가. 세조의 찬탈로 인한 국론의 분열과 도덕성의 추락은 관료의 분열과
염량을 따지는 기회주의적인 성향을 배태시켜 사화를 불러일으키더니 급기야는 당쟁으로 그 후의
조선왕조역사를 오염시켜버렸다.
결국 조선왕조는 외침에 시달리고는, 종래는 자주성마저 잃고 비틀거리다 나라마저 일본에 먹혀버리
는 비극을 맞지 아니하였는가. 오늘 날의 분단의 비극은 군신간의 화합의 기풍이 무너지면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는가?
오늘 날 우리의 현실을 보자. 정치엘리트들의 극단적인 기회주의적 속성, 화합보다는 철저히 찌든
배타적 자기중심주의는 얼마나 국민을 실망시키고 피곤하게 하고 있는가.
둘째로 노인의 화술이다. 상대의 말을 경청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화술은 참으로 지대하다.
중국 전국(戰國)시대 합종책을 부르짖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소진이 어려웠던 시절, 소진은 주위
(특히 가족)의 냉대에 분기탱천하여 밤에 책을 뒤적여 태공망(이 노인 -- 후에 강태공으로 호칭이
보편화 됨 : 태공망이라는 호칭에 대하여는 강태공난 참조.)의 음부(陰符)라는 병책을 찾아내 이 책
을 좔좔 외울 수 있을 때까지 정신없이 읽고, 중요한 대목은 빼내어 몇번이고 익히고 하여 시세를
헤아리고 임금을 설득하는 방법을 발견하였다.
그 후 소진은 연나라를 방문하야 왕을 설득하고 이어 각국을 방문하여 진(秦)나라에 대항하는 합종
을 성립시키고 조나라의 재상으로 한 시대를 종횡하였다.
우리가 착안할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노인이 상대방을 대화로 이끌어 가는 솜씨는 후일 소진이
라는 영웅을 길러낸 것이다.
그러나 화술이라는 것도 모든 것을 솔직히 공개하므로써 다시 말하면 진실로써 상대방에게 접근해
야 상대방도 현명하다면 이를 공감하고 그 대화에 진실로써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진실은 태산도 움직인다는 이치가 바로 그것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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