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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漢詩/白居易

遊悟眞寺詩

by 柳川 2019. 3. 5.

                                         遊悟眞寺詩

 

 

元和九年秋   (원화구년추)        때는 원화 9년 가을

八月月上弦   (팔월월상현)        팔월이라, 달은 상현달.

我遊悟眞寺   (아유오진사)        나는 오진사를 유람했는데

寺在王順山   (사재왕순산)        절은 왕순산에 있었다.

 

去山四五里   (거산사오리)        산을 떠나, 사오 리 쯤 되는 곳

先聞水潺湲   (선문수잔원)        먼저 졸졸 흐르는 물소리 들린다.

自茲捨車馬   (자자사거마)        여기서 말과 수레를 두고

始涉藍溪灣   (시섭남계만)        푸른 개울 굽이를 걸어 건넌다.

 

手拄靑竹杖   (수주청죽장)        손에 푸른 대지팡이 짚고

白石灘   (족답백석탄)        여울의 깨끗한 돌을 밟고 지난다.

漸怪耳目曠   (점괴이목광)        점점 이상하게도, 눈과 귀 환해지고

不聞人世喧   (부문인세훤)        세속의 시끄런 소리 들리지 않는다.

 

山下望山上   (산하망산상)        산 아래서 산 위를 바라보니

初疑不可攀   (초의부가반)        처음에는 오를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誰知中有路   (수지중유노)        안에 길이 있을 줄을 그 누가 알았으랴      

盤折通巖巓   (반절통암전)        편평한 바닥길이 꺾여 바위 위까지 통했다.

 

一息幡竿下   (일식번간하)        번간 아래에서 한 번 쉬었다가

再休石龕邊   (재휴석감변)        돌 감실 곁에서 다시 한번 쉬었다.

龕間長丈餘   (감간장장여)        감실 간격은 길이가 한 길이 넘었고

門戶無扃關   (문호무경관)        문에는 빗장이 전혀 없었다.

 

俯窺不見人   (부규부견인)        내려다보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石髮垂若鬟   (석발수야환)        돌에는 풀이 귀밑머리처럼 늘어져 있다.

驚出白蝙蝠   (경출백편복)        흰 박쥐들이 놀라 나오는데

雙飛如雪翻   (쌍비여설번)        쌍쌍이 나는 것이 눈 흩날리듯 했다.

 

回首寺門望   (회수사문망)        고개 돌려 절문을 바라보니

靑崖夾朱軒   (청애협주헌)        푸른 언덕에 끼어있는 붉은 집이 있다.

如擘山腹開   (여벽산복개)        손톱 같이 산 중턱이 열렸는데

置寺於其間   (치사어기간)        그 사이에 절이 위치해 있었다.

 

入門無平地   (입문무평지)        절문에 드니 평지는 없었고

地窄虛空寬   (지착허공관)        땅이 좁아 빈 곳도 거의 없었다.

房廊與臺殿   (방낭여대전)        방의 회랑과 누대의 전각이

高下隨峯巒   (고하수봉만)        산봉우리 따라 높아지고 낮아진다.

 

崿無撮土   (암악무촬토)        바위와 낭떠러지에 흙은 조금도 없었다.

樹木多瘦堅   (수목다수견)        나무은 마르고 단단한 것이 많았고

根株抱石長   (근주포석장)        나무뿌리는 길게 돌을 감싸고 있었다.

屈曲蟲蛇蟠   (굴곡충사반)        울룩불룩한 뿌리는 뱀처럼 서리어 있다.

 

松桂亂無行   (송계난무항)        소나무가 어지러워 다닐 길 없고

四時鬱芊芊   (사시울천천)        사시사철 울창하고 무성했다.

枝梢嫋淸翠   (지초뇨청취)        가지는 늘어져 하늘거리고 빛은 푸르고

韻若風中絃   (운야풍중현)        그 운치는 바람 속의 음악소리 같았다.

 

日月光不透   (일월광부투)        햇빛과 달빛이 들지 못하여

綠陰相交延   (녹음상교연)        푸른 나무그늘이 섞이고 이어져있다.

幽鳥時一聲   (유조시일성)        그윽한 새소리 때때로 한 번씩 들리니

聞之似寒蟬   (문지사한선)        들으면 마치 가을매미 소리 같았다.

 

首憩賓位亭   (수게빈위정)        처음에는 빈위정에서 쉬면서

就坐未及安   (취좌미급안)        자리에 앉았으나 편안하지 않았다.

須臾開北戶   (수유개배호)         잠시 북쪽 문을 열어보니

萬里明豁然   (만리명활연)        만 리 먼 곳까지 환하게 밝았다.

 

拂簷虹霏微   (불첨홍비미)        처마 걸쳐 가랑비에 무지개 서고

遶棟雲回旋   (요동운회선)        마룻대를 둘러 구름이 돌아 흐른다.

赤日間白雨   (적일간백우)        붉은 해가 소나기 사이에 보이는데

陰晴同一川   (음청동일천)        흐리고 개는 것이 한 내에 같이 있다.

 

野綠蔟草樹   (야녹족초수)        들판의 푸른 기운이 초목에 모이고

眼界呑秦原   (안계탄진원)         내 시야는 중국 벌판을 삼킨다.

渭水細不見   (위수세부견)        위수는 가늘어 보이지 않고

漢陵小於拳   (한능소어권)         한나라 언덕은 주먹보다도 작다.

 

却顧來時路   (각고내시노)        물러나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縈紆映朱欄   (영우영주난)         얽히고 굽은 것이 붉은 난간에 비친다.

歷歷上山人   (력력상산인)         산 위의 사람들도 뚜렷하여

一一遙可觀   (일일요가관)         하나하나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前對多寶塔   (전대다보탑)         앞에 마주보이는 다보탑

風鐸鳴四端   (풍탁명사단)         바람에 풍경소리는 사단을 울린다.

欒櫨與戶牖   (란로여호유)        난 두공과 지게 창

恰恰金碧繁   (흡흡금벽번)        부드러운 장식이 금벽처럼 번화롭다.

 

云昔伽葉佛   (운석가섭불)        이러기를, 옛날 가섭 부처가

此地坐涅槃   (차지좌열반)         이 땅에 앉아서 열반하였다고 한다.

至今鐵鉢在   (지금철발재)         지금까지 쇠 바리때가 남아있어

當底手跡穿   (당저수적천)         아래에는 손자취가 뚫려있단다.

 

西開玉像殿   (서개옥상전)        서쪽으로 옥상전이 열려있고

白佛森比肩   (백불삼비견)        흰 부처가 삼엄하게 늘어서 있다.

擻塵埃衣   (두수진애의)        흙먼지 붙은 옷을 털고

禮拜永雪顔   (례배영설안)        영설안에 예배하였다.

 

疊霜爲袈裟   (첩상위가사)        겹겹이 쌓인 눈을 가사로 삼고

貫雹爲華鬘   (관박위화만)        우박을 꿰어 흰 머리로 삼았다.

逼觀疑鬼功   (핍관의귀공)        핍진히 보고 귀신의 공인가 했는데

其跡非雕鐫   (기적비조전)        그 자취는 결코 꾸민 것이 아니었다.

 

次登觀音堂   (차등관음당)        다음으로 관음당에 오르는데

未到聞栴檀   (미도문전단)        미처 이르지도 않아 전단 향기가 난다.

上階脫雙履   (상계탈쌍리)        계단에 올라 두 신을 벗고

斂足升瑤筵   (염족승요연)        발을 거두어 예배하는 자리에 올랐다.

 

六楹排玉鏡   (륙영배옥경)        여섯 기둥에 거울은 없고

四座敷金鈿   (사좌부금전)        사방 자리에는 금 세공품을 놓아두었다.

黑夜自光明   (흑야자광명)        칠흑 같은 밤에 절로 빛이 밝아지고

不待燈燭燃   (부대등촉연)        등촉 타는 것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衆寶互低昂   (중보호저앙)        여러 보석들이 번들거리고

碧珮珊瑚幡   (벽패산호번)        푸른 구슬과 산호가 번쩍이었다.

風來似天樂   (풍내사천낙)        하늘 음악처럼 바람이 불어오고

相觸聲珊珊   (상촉성산산)       서로 부딪쳐 그 소리가 쟁쟁거린다.

 

白珠垂露凝   (백주수노응)       흰 구슬은 늘어진 이슬이 맺힌 듯

赤珠滴血殷   (적주적혈은)       붉은 구슬은 떨어지는 핏방울 같았다.

點綴佛髻上   (점철불계상)       부처 머리 위에 점철되어

合爲七寶冠   (합위칠보관)       합하여 칠보관이 되었다.

 

雙甁白琉璃   (쌍병백류리)       한 쌍의 병은 흰 유리이고

色若秋水寒   (색야추수한)       색은 가을 물의 차가움과 같았다.

隔甁見舍利   (격병견사리)       병 너머로 사리가 보이는데

圓轉如金丹   (원전여금단)       둥글게 구르는 것이 금단 같았다.

 

玉笛何代物   (옥적하대물)       옥피리는 어느 시대의 물건인가

天人施祗園   (천인시지원)       천인이 지원에 시주하였다.

吹如秋鶴聲   (취여추학성)       부는 소리는 가을 학의 소리 같아

可以降靈仙   (가이강령선)       신령한 신선을 내려오게 할 수 있었다.

 

是時秋方中   (시시추방중)       이 때는 마침 가을이었는데

三五月正圓   (삼오월정원)       보름달이 한참 둥글었다.

寶堂豁三門   (보당활삼문)       보당에 확 뚫린 세 개의 문

金魄當其前   (금백당기전)       달이 그 앞에 와있었다.

 

月與寶相射   (월여보상사)       달과 보당이 마주 보여.

晶光爭鮮姸   (정광쟁선연)       수정 빛이 선명함을 다투었다.

照人心骨冷   (조인심골냉)       사람을 비춰 마음과 뼈가 차가운데

竟夕不欲眠   (경석부욕면)       저녁이 다하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曉尋南塔路   (효심남탑노)       새벽에 남탑로를 찾으니

亂竹低嬋娟   (난죽저선연)       어지러운 대나무 선연히 늘어져있다.

林幽不逢人   (림유부봉인)       숲이 깊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데

寒蝶飛翾翾   (한접비현현)       가을나비가 파뜩파뜩 날아다닌다.

 

山果不識名   (산과부식명)       산속 과일은 이름도 모르는데

離離夾道蕃   (리리협도번)       길게 뻗혀 길을 끼고 무성하였다.

足以療飢乏   (족이료기핍)       배고픈 것을 족히 면할 수 있어서

摘賞味甘酸   (적상미감산)       따다가 그 맛을 보니 달콤새콤하였다.

 
道南藍谷神   (도남남곡신)       길 남쪽의 푸른 골짜기는 신비롭고
紫繖白紙錢   (자산백지전)       자줏빛 천에는 흰 종이돈이 있었다.
若歲有水旱   (야세유수한)       만약에 한해가 있다면
詔使修蘋蘩   (조사수빈번)       조서를 내려 풀을 깎아버리게 했다.
 
以地淸淨故   (이지청정고)       땅이 맑고 깨끗한 까닭에
獻奠無葷羶   (헌전무훈전)       비리고 누린 음식을 못 올리게 했다.
危石疊四五   (위석첩사오)       큰 바위가 네댓 개나 쌓여
嵬欹且刓   (외의기차완)       높고 기울어지고 또 깎여있었다.
 
造物者何意   (조물자하의)       조물주는 무슨 의도로
堆在巖東偏   (퇴재암동편)       바위 동쪽에 치우쳐 쌓아놓았는가.
冷滑無人跡   (냉골무인적)       차고 미끄러워 사람 자취 없고
苔點如花牋   (태점여화전)       이끼 얼룩이 마치 꽃종이 같았다.
 
我來登上頭   (아내등상두)       내가 와서 위쪽으로 올라서
下臨不測淵   (하림부측연)       아래를 보니 못을 헤아릴 수 없었다,
目眩手足掉   (목현수족도)       눈이 어지럽고 팔다리가 흔들려
不敢低頭看   (부감저두간)       감히 머리를 숙이고 살펴보지 못했다.
 
風從石下生   (풍종석하생)       바람은 돌 아래에서 일어나고
薄人而上搏   (박인이상박)       사람을 하찮게 여겨 올라가 친다.
衣服似羽翮   (의복사우핵)       의복은 날개 같아서
開張欲飛騰   (개장욕비등)       펼쳐서 날아오르고 싶었다.
 
巍巍三面峯   (외외삼면봉)       높고 높은 삼면의 산봉우리
峯尖刀劍攢   (봉첨도검찬)       칼끝을 모아 놓은 듯 뾰족한 봉우리.
往往白雲過   (왕왕백운과)       가끔씩 흰 구름이 지나가고
決開露靑天   (결개노청천)       구름 터진 틈으로 푸른 하늘 드러난다.
 
西北日落時   (서배일낙시)       서북으로 해가 넘어갈 시간
夕暉紅團團   (석휘홍단단)       저녁 햇볕 붉게 둥글었다.
千里翠屛外   (천리취병외)       푸른 병풍 밖, 아득한 천 리
走下丹砂丸   (주하단사환)       붉은 둥근 모래판으로 달려 내려갔다.
 
東南月上時   (동남월상시)       동남쪽에 달 뜰 시간
夜氣淸漫漫   (야기청만만)       밤기운은 맑고 질펀하였다.
百丈碧潭底   (백장벽담저)       백 길이나 되는 푸른 못 아래
寫出黃金盤   (사출황금반)       황금빛 둥근 쟁반이 쏟아져 나왔다.
 
藍水色似藍   (남수색사남)       푸른 물, 물빛은 쪽빛 같았고
日夜長潺潺   (일야장잔잔)       밤낮으로 길이 졸졸 흘러갔다.
周廻繞山轉   (주회요산전)       주변을 돌아 산을 둘러 돌아가니
下視如靑環   (하시여청환)       아래로 내려 보니 푸른 고리 같았다.
 
或鋪爲慢流   (혹포위만류)       혹은 퍼져 천천히 내려가고
或激爲奔湍   (혹격위분단)       혹은 부딪쳐서 빠른 여울물이 된다.
泓澄最深處   (홍징최심처)       가장 깊은 곳은 넓고도 맑아서
浮出蛟龍涎   (부출교룡연)       교룡의 침처럼 둥둥 떠서 나온다.
 
側身入其中   (측신입기중)       몸을 비스듬히 그 안으로 들이면
懸磴尤險難   (현등우험난)       돌길이 매어달린 듯이 더욱 험난하다.
捫蘿蹋樛木   (문나답규목)       덩굴 붙잡고, 굽은 나무 밟으며
下逐飮澗猨   (하축음간원)       계곡물 마시는 원숭이를 아래로 쫓는다.
 
雪迸起白鷺   (설병기백노)       눈이 흩어지니 백로가 놀라 일어나고
錦跳驚紅鱣   (금도경홍전)       붉은 상어에 놀라 비단결처럼 뛰어오른다.
歇定方盥漱   (헐정방관수)       쉴 곳을 정하고 세수하고 양치하여
濯去支體煩   (탁거지체번)      다 씻고 나니 팔다리가 피곤하였다.
 
淺深皆洞徹   (천심개동철)      옅고 깊은 모든 골짝물이 투명하니
可照腦與肝   (가조뇌여간)      가히 뇌와 간이라도 비출 것 같았다.
但愛淸見底   (단애청견저)      오직 바닥 보이는 맑음이 좋아
欲尋不知源   (욕심부지원)      찾으려 했으나 그 근원을 알지 못했다.
 
東崖饒怪石   (동애요괴석)      동쪽 언덕에는 괴석이 많고
積甃蒼琅玕   (적추창랑간)      돌을 쌓아놓은 것이 푸른 옥돌 같았다
溫潤發於外   (온윤발어외)      옥의 온윤한 기가 밖으로 발하니
其間韞璵璠   (기간온여번)      그 사이엔 여번과 같은 보옥이 있을 것이다.
 
卞和死已久   (변화사이구)      변씨와 화씨가 죽은 지 오래되어
良玉多棄捐   (량옥다기연)      좋은 옥돌이 많이도 버려졌었다.
或時洩光彩   (혹시설광채)      혹 때때로 광채를 끌어들이고
夜與星月連   (야여성월련)      밤에도 별과 달이 이어졌다.
 
中頂最高峯   (중정최고봉)      가운데 꼭대기가 최고봉이라
拄天靑玉竿   (주천청옥간)      하늘을 밭치는 푸른 옥 줄기 같도다.

??上不得   (경령상부득)      올라가려 해도 갈 수가 없으니

豈我能攀援   (개아능반원)      어찌 내가 능히 잡아당겨 갈 수 있을까

 
上有白蓮池   (상유백련지)      위에는 백련지 연못이 있어
素葩覆淸瀾   (소파복청란)      흰 꽃이 푸른 물결을 덮었구나.
聞名不可到   (문명부가도)      이름을 들었어도 가보지 못했으니
處所非人寰   (처소비인환)      사는 곳이 사람의 세계는 아니었으리라.
 
又有一片石   (우유일편석)      또 한 조각, 돌이 있는데
大如方尺甎   (대여방척전)      크기가 사방 한 자의 벽돌과 같았다.
揷在半壁上   (삽재반벽상)      벽 절반 위에 꽂아 두었으니
其下萬仞懸   (기하만인현)      그 아래로 만 길이나 매달려있었다.
 
云有過去師   (운유과거사)      사람들이 이르기를, 과거에 스님이 있었는데
坐得無生禪   (좌득무생선)      앉아도 선을 이루지 못했었단다.
號爲定心石   (호위정심석)      정심석이라 이름을 지어
長老世相傳   (장노세상전)      노인들이 대대로 전하여왔다.
 
却上謁仙祠   (각상알선사)      물러나 신선 사당에 올라가 아뢰니
蔓草生綿綿   (만초생면면)      덩굴풀이 면면히 자라났도다.
昔聞王氏子   (석문왕씨자)      옛날에 들으니, 왕씨의 자식
羽化升上玄   (우화승상현)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랐다고 했다.
 
其西曬藥臺   (기서쇄약대)      그 서쪽에 쇄약대가 있는데
猶對芝朮田   (유대지출전)      여전히 지출전과 마주보고 있다.
時復明月夜   (시복명월야)      때로 다시 밝은 달 뜬 밤이면
上聞黃鶴言   (상문황학언)      황학의 말이 위에서 들린다고 하였다.
 
廻尋畫龍堂   (회심화룡당)      돌아서 화룡당을 찾았더니
二叟鬚髮斑   (이수수발반)      두 늙은이가 수염이 반백이었다.
想見聽法時   (상견청법시)      생각해 보니, 불법을 들을 때
歡喜禮印壇   (환희례인단)      예인단을 보면서 기뻐하였으리라.
 
復歸泉窟下   (복귀천굴하)      다시 천굴 아래로 돌아와
化作龍蜿蜒   (화작룡완연)      바꾸어서 용완연을 만들었다.
階前石孔在   (계전석공재)      계단 앞에는 돌구멍이 있는데
欲雨生白煙   (욕우생백연)      비가 내리려 하면 흰 연기가 생긴단다.
 
往有寫經僧   (왕유사경승)      왕년에 경전을 베끼는 중이 있었는데
身靜心精專   (신정심정전)      몸은 고요하고 마음은 정성스럽고 순수했다.
感彼雲外鴿   (감피운외합)      저 구름 밖 비둘기 느끼어
羣飛千翩翩   (군비천편편)      수 천 번을 퍼덕이며 떼 지어 날았다.
 
來添硯中水   (내첨연중수)      내려와 돌 속에 물을 보태고
去吸巖下泉   (거흡암하천)      날아가서는 바위 아래 샘물을 들이킨다.
一日三往復   (일일삼왕복)      하루에 세 번 씩 왕복하면서
時節長不僣   (시절장부참)      시절마다 언제나 교만하지 않았다.
 
經成號聖僧   (경성호성승)      자신을 다스려 이루어 성승이라 불렸는데
弟子名揚難   (제자명양난)      제자를 양난이라 명명하였다.
誦此蓮花偈   (송차련화게)      이 연화의 게송을 외웠는데
數滿百億千   (삭만백억천)      그 수가 백억 천 개를 채웠다.
 
身壞口不壞   (신괴구부괴)      몸은 부서져도 입은 부서지지 않았으며
舌根如紅蓮   (설근여홍련)      혀는 붉은 연꽃 같았다.
顱骨今不見   (로골금부견)      해골은 지금 보이지 않지만
石函尙存焉   (석함상존언)      돌함에는 아직도 그것이 남아있다.
 
粉壁有吳畫   (분벽유오화)      가루 발린 집에는 오도자의 그림이 있었는데
筆彩依舊鮮   (필채의구선)      붓으로 그린 채색그림이 옛날처럼 선명하였다.
素屛有褚書   (소병유저서)      흰 병풍에는 저수량의 글씨가 있었는데
墨色如新乾   (묵색여신건)      먹빛이 금방 말라 버린 것 같았다.
 
靈境與異跡   (령경여리적)      신령한 경지와 이색적인 자취들
周覽無不殫   (주람무부탄)      두루 살려보아도 끝이 없었다.
一遊五晝夜   (일유오주야)      한 번 돌아다니면, 오 일 밤낮 다녔고
欲返仍盤桓   (욕반잉반환)      돌아가려하니 머뭇거려졌다.
 
我本山中人   (아본산중인)      나는 본래 산에 사는 사람인데
誤爲時網牽   (오위시망견)      잘못 시대의 거물에 끌려들었다.
牽率使讀書   (견률사독서)      나를 끌고 와서 책을 읽게 하고
推挽令效官   (추만령효관)      나를 추천하여 관리가 되게 하였다.
 
旣登文字科   (기등문자과)      이미 문학으로 과거에 올라
又忝諫諍員   (우첨간쟁원)      욕되게도 간쟁하는 관리가 되었다.
拙直不合時   (졸직부합시)      졸렬하게 곧아서 시대에 맞지 않아
無益同素餐   (무익동소찬)      유익이 없으면서 녹만을 함께 먹었다.
 
以此自慚惕   (이차자참척)      이 때문에 스스로 부끄럽고 두려워
戚戚常寡歡   (척척상과환)      불안해하면서 항상 기뻐하는 일이 적었다.
無成心力盡   (무성심력진)      일은 이루지 못하면서 심력은 다하여
未老形骸殘   (미노형해잔)      늙지도 않았는데 몸은 이미 쇠약해졌다.
 
今來脫簪組   (금내탈잠조)      이제 비녀의 끈을 풀고 벼슬길에서 물러나니
始覺離憂患   (시각리우환)      비로소 근심에서 벗어났음을 깨달았도다.
及爲山水遊   (급위산수유)      산수에 노닐게 되어
彌得縱疎頑   (미득종소완)      내게 소홀하고 완고함이 가득 하여도
 
野麋斷覇絆   (야미단패반)      들판의 사슴처럼 구속됨을 끊어버렸다.
行走無拘攣   (항주무구련)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구속됨이 없어
池魚放入海   (지어방입해)      못 속의 물고기를 놓아 주어 바다로 들게 하였다.
一往何時還   (일왕하시환)      한 번 가면, 어느 때나 돌아오나
 
身著居士衣   (신저거사의)      몸에는 거사의 옷을 입고
手把南華篇   (수파남화편)      손에는 도덕경을 들고 돌아다녔다.
終故此山住   (종고차산주)      끝내는 고향의 이 산에 머물러 살며
永謝區中緣   (영사구중연)      영원히 이 땅 안의 인연에 감사한다.
 
我今四十餘   (아금사십여)      나는 이제 마흔 살이 되었지만
從此終身閑   (종차종신한)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한가로우리라.
若以七十期   (약이칠십기)      만약 칠십 살이 내 생애라면
猶得三十年   (유득삼십년)      여전히 삼십 년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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