僕嘗於貴家壁上, 見草書二簇, 烟薰屋漏, 形色頗奇古。 其詩云,
紅葉題詩出鳳城,
淚痕和墨尙分明。
御遘流水渾無賴,
漏洩宮娥一片情。
座客皆聚首而觀之, 以謂唐宋時人筆。 紛然未得其實, 就問於僕以質之。
僕徐答曰, 「是僕手痕也。」
客愕然曰, 「殘縑敗素寒具留痕, 似非近古物。」
僕曰, 「此僕詠史詩中一篇也, 僕非自作, 未嘗下筆作草。」
紅葉第詩 : 당 희종(唐僖宗) 때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던 궁녀 韓氏가 무료한 궁궐생활을 하는 자신의 마음을 달래려 붉은 단풍잎에 한편의
시를 적어 어구(御溝 : 궐안의 도랑)에 띄웠는데 때마침 길을 가다 우우(于祐)가 주워 읽었다(末尾 詩 參照). 우우도 역시 붉은
나뭇잎에다 시를 써서 다시 어구에 흘려 보낸 결과, 이 시를 한씨가 주워 읽게 되었다. 후에 희종이 혼기가 지난 궁녀들을 사가
로 돌려보냈는데, 공교롭게 우우와 한씨가 서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縑 : 합사비단 겸. 합사비단, 생 명주. 비단.
詠史詩 : 역사상의 사실을 주제로 읊은 시가. 단순히 지나간 역사를 회고하거나 왕조의 흥망에 대해 덧없음을 탄식하는 시들은 보통 懷古
詩라고 부르고, 현재의 정치를 풍자하기 위해 어떤 역사적인 사건을 인용하여 읊은 시나 역사를 읽고 쓴 감상문 형태의 시들을 영
사시라고 한다. 중국 최초의 영사시로는 반고(班固)가 쓴 〈영사시〉를 꼽는다. 한국에서는 신라말 빈공제자(賓貢弟子)들에 의해 영
사시가 씌어지기 시작하다가 고려시대의 이제현 · 이규보 · 이숭인에 의해 많이 나오게 되었는데 이규보는 특히 한국의 역사를 소
재로 한 〈東明王篇〉을 남겨 주목을 받고 있다. 〈舊三國史〉의 기록을 토대로 고구려의 개국과정을 5언고시로 그려낸 이 작품은 민
족의식의 고취를 목적으로 한 영웅서사시이다. 이승휴의 <帝王韻紀>도 한국의 고대국가 개국과 그후의 역사를 읊은 영사시인데
신화적 색채가 짙다.
내가 일찍이 높으신 분의 댁 벽에서 초서로 씌여진 두개의 족자를 보았는데, 연기에 그을리고 집에 샌 빗물로 모습이 매우 기이하고 예스러웠다.
그 시는 다음과 같았다.
붉은 단풍잎에 시를 적어 궁에서 내보내니,
눈물 흔적이 먹물과 어울려 오히려 뚜렷하구나.
궁안에 흐르는 개울물은 흐려서 믿을 수 없어도,
궁녀의 한조각 마음 실어 흘려보내네.
좌중 사람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보면서 당송(唐宋)때 사람의 필적이라 하였다. 의견이 분분하였으나 그 싷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나에게 와서 물었다.
내가 천천히 말했다. "이것은 내 글씨입니다."
사람들이 놀라며 말했다.
"비단이 상하고 얼룩이 져 있어 근래의 것이 아니고 오래된 것 같습니다."
내가 말했다.
"이시는 내 영사시중 한 편 인데 나는 내가 지은 글이 아니면 붓을 놀려 초서를 쓴 적이 없습니다."
☞ 紅葉第詩
<宮女 韓氏의 詩>
一入深宮裏, 한번 깊은 궁에 들어오니,
年年不見春。 해마다 오는 봄을 보지 못하네.
聊題一片葉, 부질없이 한 조각 잎에 시를 써
寄與有情人。 뜻이 있는 사람에게 띄우네.
流水何太急, 흐르는 물은 어이 그리 급한고
深官盡日閒。 깊은 궁중은 종일토록 한가롭네
殷勤謝紅葉, 은근한 마음 붉은 잎새에 실어보내니
好去到人間。 인간 세상으로 잘 가거라.
<于祐의 詩>
曾聞葉上題紅怨, 일찍이 나뭇잎에 짙은 원망 쓴 것을 보았는데,
葉上題詩寄阿誰。 나뭇잎에 시 써서 누구에게 부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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