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二十八章
子曰, 「愚而好自用, 賤而好自專, 生乎今之世, 反古之道, 如此者烖及其身者也。」
非天子不議禮, 不制度, 不考文。今天下車同軌, 書同文, 行同倫。雖有其位, 苟無其德, 不敢作禮樂焉, 雖有其德, 苟無其位, 亦不敢作禮樂焉。
子曰, 「吾說夏禮, 杞不足徵也, 吾學殷禮, 有宋存焉, 吾學周禮今用之。 吾從周。」
공자가 말씀하셨다.
“어리석으면서도 자기를 내세우기 좋아하고, 비천하면서도 제멋대로 행동하기를 좋아하다가, 지금 세상에 나서 오히려 옛날 방식으로 살아가려 한다면, 이런 사람은 재앙이 그 몸에 닥치게 될 것이다.”
천자가 아니면 예를 의논할 수 없고, 제도를 만들 수도 없으며, 문(文)을 상고하지 못한다. 지금 천하는, 수레는 궤도(軌道)가 같고, 글에 있어서는 문자가 같고, 행동에 있어서는 차례가 같다.
비록 천자의 지위에 있다 할지라도 그만한 덕이 없으면 감히 예악(禮樂)을 제정할 수 없으며, 비록 그만한 덕이 있더라도 천자의 지위가 없으면 또한 감히 예악을 제정할 수 없다.
공자가 말씀하셨다.
“내가 하 나라의 예를 말할 수 있지만 그 후예인 기(杞)나라에서 입증을 하지 못하고, 내가 은 나라의 예를 배웠고, 그 후예인 송(宋) 나라에 남아 있지만, 나는 주 나라의 예를 배웠으며 지금 세상에서 주 나라의 예가 통용되고 있으니, 나는 주 나라의 예를 따르겠다.”
烖 : = 災.
[해설]
자기 자신이 어리석음에도 그 어리석음을 모르고 제멋대로 제 생각대로 쓰는 것을 좋아하고, 제 자신이 참으로 천하면서도 천한 줄을 모르고 오로지 제 뜻대로 하는 것을 좋아하며, 지금 세상에 나왔으면 지금 세상의 법도대로 살아야 함에도 隨時變易을 하지 못하고 옛 것을 고집한다면 그 몸에 재앙이 미치게 된다.
여기서 ‘反古之道’의 ‘道’라는 것은 성인의 도를 말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인의 도라면 적극적으로 펴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옛날의 있었던 것, 오늘날에는 버려야 할 것들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공자가 이 말을 한 뜻은 殷나라가 폭정으로 멸망한 뒤 새로 일어난 周나라가 紂의 폭정을 답습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以上 孔子之言 子思引之反復也.
○이상은 공자의 말씀을 자사가 반복하여 인용하심이라.
非天子不議禮, 不制度, 不考文。
천자가 아니면 예를 의논할 수 없고, 제도를 만들 수도 없으며, 문(文)을 상고하지 못한다.
○此以下 子思之言. 禮 親疎貴賤 相接之禮也. 度 品制. 文 書名.
○이로써 아래는 자사의 말씀이라. 예는 친한 사람, 소원한 사람, 귀한 사람, 천한 사람이 서로 접하는 예이니라. 법도는 품제(물품을 마름하는 것)요, 문은 글 이름이라.
今天下車同軌, 書同文, 行同倫。
지금 천하는, 수레는 궤도(軌道)가 같고, 글에 있어서는 문자가 같고, 행동에 있어서는 차례가 같다.
○今 子思自謂當時也. 軌 轍迹之度, 倫 次序之體, 三者皆同, 言天下一統也.
○이제는 자사가 스스로 당시를 이름이라. 궤는 수레바퀴 자취의 법도요, 윤은 차서(질서)의 체이니 세 가지가 다 같다는 것은 천하가 하나로 통합된 것을 말함이라. (轍 : 수레바퀴 철)
雖有其位, 苟無其德, 不敢作禮樂焉, 雖有其德, 苟無其位, 亦不敢作禮樂焉。
비록 천자의 지위에 있다 할지라도 그만한 덕이 없으면 감히 예악(禮樂)을 제정할 수 없으며, 비록 그만한 덕이 있더라도 천자의 지위가 없으면 또한 감히 예악을 제정할 수 없다.
[해설]
사람에게 행동규범의 禮와 흥을 푸는 樂이 없으면 금수(禽獸)나 다를 바 없다. 곧 예악은 사람이 사는 생명이나 마찬가지인데 그 예악을 아무나 짓는 것은 아니다. 천자라고 하여도 그 덕이 없으면 오히려 예악을 흩트리고, 位도 없으면서 덕이 있다고 예악을 짓는다면 그 권위가 서지 않아 아무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요임금이나 순임금처럼 그 位와 德을 갖춘 성군만이 예악을 지을 수 있다는 말이다.
○鄭氏曰 言作禮樂者, 必聖人在天下之位.
○정씨(鄭玄) 말하기를, 예악을 짓는 자는 반드시 성인이 천자의 자리에 있어야 함을 말함이라.
子曰, 「吾說夏禮, 杞不足徵也, 吾學殷禮, 有宋存焉, 吾學周禮今用之。 吾從周。」
공자가 말씀하셨다.
“내가 하 나라의 예를 말할 수 있지만 그 후예인 기(杞)나라에서 입증을 하지 못하고, 내가 은 나라의 예를 배웠고, 그 후예인 송(宋) 나라에 남아 있지만, 나는 주 나라의 예를 배웠으며 지금 세상에서 주 나라의 예가 통용되고 있으니, 나는 주 나라의 예를 따르겠다.”
[해설]
성인으로서의 덕은 있지만 천자의 자리에 있지 못했기 때문에 예악을 짓지 아니하고 주례를 따른 공자의 지극한 겸양의 도를 엿볼 수 있는 글이다. 위 글은 고대 중국에 하나라와 은나라, 주나라의 예가 있는데, 공자께서 그 가운데 周禮를 따르는 이유를 말씀하신 내용이다.
하나라의 예가 있기는 하지만 하나라를 뒤이은 杞나라가 夏禮에 대해 증거를 대지 못하며, 은나라의 경우 말기에 紂王의 폭정으로 比干이 죽음을 당하고, 箕子는 거짓으로 미친 체하여 살아남고, 微子는 神主를 훔쳐 도망가 송나라를 세우고 시조가 되었지만 殷禮에 대해 충분히 증거를 대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논어』팔일편(八佾. 9.)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子曰, 「夏禮吾能言之, 杞不足徵也, 殷禮吾能言之, 宋不足徵也, 文獻不足故也, 足則吾能徵之矣。」
공자 가라사대 하나라 예를 내 능히 말하나 기나라가 족히 증거대지 못하며 은나라 예를 내 능히 말하나 송나라가 족히 증거대지 못함은 문헌이 부족한 까닭이니 족하면 내 능히 증거를 대리라.
참고로 공연히 쓸데없는 걱정을 ‘기우(杞憂)’라고 하는데 杞나라에서 누군가 하늘이 무너질까봐 걱정한데서 나온 고사이다.
杞國有人 憂天地崩墜 身亡所奇, 閉寢食者 又有憂彼之所憂者. 因在曉之曰, 天積氣耳,亡處亡氣. 若屈伸呼吸,終日在天中行止. 奈何憂崩墜乎. 其人曰, 天果積氣, 日月星宿不當墜邪. 曉之者曰, 日月星宿亦積氣中有光耀者. 只使墜, 亦不能者所中傷. 其人曰, 奈地壞何. 曉者曰,地積塊耳, 充塞四虛, 亡處亡塊, 若踏步跳踏, 終日在地上行止.奈何憂其壞. 其人舍然大喜. 曉之者亦舍然大喜. <列子 天瑞 第一.>
○此 又引孔子之言. 杞 夏之後. 徵 證也. 宋 殷之後. 三代之禮 孔子皆嘗學之, 而能言其意, 但夏禮 旣不可考證, 殷禮雖存 又非當世之法, 惟周禮 乃時王之制, 今日所用. 孔子旣不得位, 則從周而已.
○이는 또한 공자의 말씀을 인용함이라. 기나라는 하나라의 후예라. 징은 증거이라. 송은 은나라의 후손이라. 삼대의 예를 공자께서 모두 일찍이 배워 능히 그 뜻을 말씀할 수 있으나. 다만 하나라의 예는 이미 가히 고증할 수 없고, 은나라의 예는 비록 남아 있으나 또 당세의 법이 아니오, 오직 주나라의 예는 바로 당시 왕의 제도이니 오늘날 쓰는 바이라. 공자께서 이미 지위를 얻지 못하셨으니 주나라를 따를 뿐이시니라.
○承上章爲下不倍而言, 亦人道也.
○윗장의 ‘위하불패’를 이어서 또한 사람의 도를 말함이라.